#32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아마도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보는 것마다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 때문이 아닐까?
천천히 깊게 바라보는 일은 몸을 낮추고 봐야 한다.
같은 길을 걸었고, 같은 곳을 바라보았는데 누군가는 더 깊은 것을 보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천천히, 깊게, 낮은 자세로 그것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수련을 피워내던 습지 곁에는 팽나무가 서 있었다.
내리던 눈이 잠시 그치자 하얀 구름과 청명한 하늘이 물 위에 비춘다.
반영이 가장 잘 보이는 각도는 45도 정도, 허리를 굽히거나 앉아야 반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지나갔지만, 그냥 지나쳐 버렸다.
일상이 예술로 변신하는 것은 일상이 변해서라기보다는 보는 이의 눈이 변할 때 가능한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하찮게 여겨지던 것이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무엇이 그렇게 했을까?
천천히 깊게 바라보는 순간에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 중 특별한 곳에 가면 특별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일상을 특별한 눈으로 보지 못하는 이들은 특별한 곳에 가도 특별한 사진이 아닌 그저 그런 사진을 담아온다. 남들이 다 보는 것, 남들이 다 찍는 것은 식상할 수밖에 없다.
같은 곳에서도 다른 것을 담을 수 있을 때 특별한 사진가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특별한 사진을 잘 찍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그렇게 노력할 뿐이다.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남들이 눈길을 주지 않은 것들을 천천히 깊게 바라보면 비로소 보인다.
나는 오늘도 천천히 깊게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그런 삶은 숨 가쁘지 않으며 평온하고, 이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그저 일상이었던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기쁨을 누린다.
무언가를 천천히 깊게 바라보면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음악을 하는 이에게는 음악으로,
시를 쓰는 이에게는 시로,
사진을 하는 이에게는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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