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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Feb 14. 2016

점점 작아지고, 단순해지는 삶

#42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백령도 몽돌해안



파도에 몽돌이 '자르르'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몽돌끼리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다.

이렇게 작은 몽돌이 내는 소리는 파도소리와 어우러져 음악소리처럼 들린다. 

그들이 이렇게 작은 몽돌이 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또 이들이 작은 모래알이 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더 걸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세월만큼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백령도 몽돌해안


오랜 세월 파도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그들은 점점 작아졌다.

작아졌고, 부드러워졌고, 마침내는 아이들 공깃돌이 될 만큼이 되었고, 어떤 것은 콩알만 해지기도 했으며, 모래알도 되었고, 분명한 사실은 점점 더 작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세월의 의미란 이런 것이 아닐까?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작아지는 것 말이다.


우리는 점점 커져야만 하고, 쌓아야만 하고, 더 많이 소유해야만 성공이라고 배우고 자랐다.

그리하여 자동차도 집도 크면 성공한 삶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것을 작아지지 않도록 잘 유지하는 것을 능력이라 여겼다. 우리는 그들을 소유한 것처럼 생각했지만, 우리를 소유한 것은 그들이었다.


백령도 몽돌해안


자연은 우리 삶의 거울이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작아지고, 부드러워지고, 단순해져야 한다는 표상을 몽돌에서 본다.


몽돌은 작다.

몽돌은 모난 구석이 없다.

몽돌은 동글동글 단순하다.


언젠가는 바위산이었을 터이고, 바윗돌이었을 터이다.

그때도 그들은 이렇게 파도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수 있었을까?


백령도 몽돌해안


세상에서 추한 것이 노욕이다.

살아온 날에 감사하고, 자리를 비켜줘야 할 나이가 있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삶의 영역을 조금씩 자기 안으로 좁혀가며 단순화해야 할 나이가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그런 나이가 되어서도 후손들의 미래를 쥐락펴락하려고 한다면 노욕이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몇 가지 일만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그 몇 가지 일 외에는 잘 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잘하는 일 조차도 더 잘하는 이들이 많아 거기에 집중하기에도 벅차다.

나를 제대로 살아가려면 나는 더 내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가야만 할 것이다. 그 외에는 없다.


백령도 몽돌해안



점점 작아지고,  단순해지는 삶. 
몽돌이 내게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다.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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