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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Dec 21. 2015

작은 것은 결코 작지 않다

#06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씀바귀 이파리에 맺힌 이슬과 쑥부쟁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 말은 단지 작아서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생명은 죽음과 대치되는 말이며, 그래서 살림이다.


맘몬의 사회는 큰 것을 추구한다.

거대담론이 아니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진리는 거창하지 않으며 아주 단순하고, 작다.


명자나무


모든 것의 시작은 작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생명을 품고 있는 한, 작은 것은 결코 작지 않다.




어쩌면 여기까지는 철학적인 사색이다.

삶의 문제로 돌아오면 작은 것은 보잘 것 없고, 보잘 것 없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아기 예수도 사실은 가장 낮은 곳, 천한 곳에서 보잘 것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사실, 인간의 역사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나 평등, 민주주의 같은 개념은 17-18세기 계몽주의 이후에 생겼다.

왕이나 황제, 권력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별 볼 일 없는 존재로서 평생 자기가 태어난 자리에서 지배계급을 위한 노예로서의 삶을 강요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역사를 누가 만들어 왔는지.

역사를 기록하는 이들은 지배자였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역사를 이끌어온 주체는 보잘 것 없는 천덕꾸러기들, 작은 자들이었던 것이다.


꽃다지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이 오는 것이다.

봄은 거창한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로부터 온다.

꽃다지 같이 작은 꽃, 흔하디 흔해서 봐주는 이 없지만 그들은 자기를 피워내는 데 열중한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미움받을 용기>에서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노심초사하지 말고 자기의 삶을 살아가라'고 권면한다. 누군가에게는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이 오용되지 않는다면, 남이 보기에 아름다운 삶이 아닌 자신이 보기에 아름다운 삶을 피워낼 수 있다.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가?


괭이눈


어쩌면 이들은 피어나 단 한 번도 누군가 눈 맞춤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군가와 눈 맞춤하거나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 안의 생명을 피워내는 것이다.




남을 의식하지 말고 내 안에 피워낼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주목하라.

생각할 것은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작은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살림에 동참하는 일이다.

'살림'은 '살리다'의 명사형이니, '죽음'과 대척점에 선 말이다.

죽음의 시대에 살림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긴잎갈퀴


어쩌면 이 시대의 빛이 되는 일은 모두 작은 일이다.

그러나 그 작은 일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생명을 품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진리다.


#포토에세이 #생명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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