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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l 22. 2016

"참 잘 어울려, 예쁘다!"

# 강원도에서 만만 소소한 풍경들은 소소한 풍경이 아니었다.

농가와 다알리아


달리아, 이름부터가 서구적이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한때 내가 살던 집 마당에 지천이었던 꽃이었음에도 그리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그는 내가 그러든지 말든지 늘 화사하게 웃으며 피어났고, 지금도 내가 떠난 그 집 마당에서는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그렇게 내게 잊혔던 꽃 달리아, 그가 다시 내 눈에 들어왔고, 이젠 그를 아주 좋아할 것만 같다.

농가 창고 한편에 피어난 한 무더기의 달리아, 그가 없었다면 나는 그 창고를 보면서 쇠락해가는 농촌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한없이 쓸쓸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한 무더기의 달리아가 그런 생각을 바꿨다.


"참 잘 어울려, 예쁘다!"

길고양이


길고양이의 어슬렁거림에서 도심의 길고양이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유로움과 여유가 느껴진다.

낯선 행인을 경계하고는 있지만, 필경 십여분 만 시간을 내면 이내 '야옹'거리며, 털을 비벼댈 것이다. 그들이 만난 사람들은 모두 순박한 사람들이었을 터이니 사람에 대한 경계가 도시의 길고양이와는 다를 것이다.


딱히 길고양이에게 선행을 하지는 않지만, 그들도 생명이기에 도심에서 만나면 반갑게 "나비야!"하지만, 여간해서 사람 곁으로 오는 길고양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도심에는 길고양이의 숫자도 많으니, 행여라도 잘해준다는 소문이 나면 떼로 몰려올까 걱정되는 까닭도 그들과 가까이할 수 없는 핑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골길에서 만난 길고양이에게는 한 마디 한다.


"참 잘 어울려, 예쁘다!"


물골 할머니의 뒷마당



위의 사진에서 혹시라도 젊은 분들은 오른쪽 스테인리스 둥근 모양의 물건이 무엇인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이 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사용되고 있는 '요강'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물건이라서 그런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듯 장독대 근처에 놓인 요강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참 잘 어울려, 예쁘다!"


시골집 부엌


작고 소소한 것들, 그냥 별 볼일 없을 것만 같은 것들이 물골 할머니의 부엌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볼품없는 것들일수록 귀하게 사용된 것이요,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아름답다.


'예쁘다는 것'조차도 자본의 사회에서는 곧 돈으로 환산된다. 맘몬의 사회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고, 결국에는 인간의 가치마저도 '돈'으로 환산해 버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스스로 '흙수저'라 생각하고, 심지어는 '개, 돼지'가 되어 살아간다.


그러나 시골의 작고 소소한 풍경을 속에서 만난 참으로 예쁜 그것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돈으로 환산 한들 몇 푼 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마침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니, 그들의 존재는 빛난다.

 

나무 빨래판



삼십 년 이상을 할머니와 동고동락하며 닳아버린 빨래판, 그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참 잘 어울려, 예쁘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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