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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로 Jun 22. 2024

좋은 글이란...?

독서란 무엇일까요

좋은글을 읽는다는것은 어떤것일지 생각해봅니다. 좋은글이란 또 어떤것일까도 같이 생각합니다.

우리가 글을 읽어야하는 뚜렷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실, 저도 딱히 자신있게해줄말은 없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그나마 할 말이 조금 있죠.

'책이나 글을 많이읽으면 어쨌든 너희들이 보는 수능국어영역에 조금이라도 유리하단다.'

영상의 시대에 접어든지 한참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신망을 받는 과거의 사상가들을 이제는 책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잘 쓰여진 고전한권이 10여분의 요약 영상으로 편집되어지고 그것을 보고나면 책한권을 제대로 읽은티를 낼 수 있습니다. 저에게도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이 초월자인지 고민하던 시절이 아주 잠깐 있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데미안에 대해 찾아보니 여러가지 좋은해석들이 수도없이 올라와있습니다. 내가 고등학생 때 하던 고민의 답이, 유튜브가 있었으면 찾을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데미안이 초월자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은것은 제 나이가 서른을 얼마 안 남긴 시절이었습니다. 헤르만헤세는 수십년전에 쓰여진 책 하나의 등장인물로 저를 쓸데없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저는 헤르만헤세 덕분에 사유할 수 있었던겁니다.

허먼멜빌의 소설 속 에이헤브선장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은 어디서 나오는것인가 궁금하던때가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배위에 오래 서있다보면 뱃사람들은 으레 저렇게 미치기 마련일까와 같은 단편적인 생각이었습니다만, 어쨌든 저는 고래이야기로 생각이라는것을 할 수 있었던겁니다.

많은분들이 좋은책과 나쁜책을 구분짓고자 하지만 사실 저는 그 기준을 명확히 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우리 인간이란 종족은 결국 생각을 해야만 하는 존재인데 이 세상에 쓰여진 모든 글은 작든 크든 우리를 사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생각을 많이하면 뭐가 좋은지 묻는 분들이 많이 있으십니다. 생각이라는것은 지나치면 걱정이되고 모자르면 어리석게됩니다. 적당한 생각이란 어떤것인지 저도 그 답을 찾지 못하였지만, 확실한것은 생각이라는 행위는 본능과 맞닿아있습니다. 세렝게티의 동물들도 살아 남기위해 생각을 합니다. 금수들이 무슨생각을 하냐고 무시해버리기에는, 그들의 처절한 생존방식은 어떠한 존엄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적을 피하려는행위와 먹이를 얻으려는 행위. 그 존엄이라는것은 결국 살고자하는 생각에서 비롯된것이 아닐까합니다. 본능과 생각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생각없는 충과 용맹은 개나 말도부릴 수 있는것이지만, 우리는 개나 말이 아니기때문에 정확한 생각으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할수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나는 존재한다고 말하던 철학자를 아실겁니다. 영상을 보고나서도 생각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텍스트를 읽고난뒤의 사유에는 조금 더 깊은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는 고전명작들은 그때의 고민이란것이 현대에도 유효한고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있습니다. 백여년전 지독한 우울증을 겪었던 헤르만헤세가 써낸 '수레바퀴아래서'에는 현시대 청년들의 우울증이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우울이 읽는사람들을 관통합니다.

제 좁은 식견속에서 사람은, 인간이란 종족의 속성 중 하나는 우리가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정도의 위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글을 읽는다는건 그래서 위로의 한 방편이 아닐까 요즘 생각하고있습니다.

저는 어찌되었든 다른사람의 말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조금 더 좋아합니다. 글은 한 사람의 정제된 생각이 들어가있기 때문입니다. 탁월한 순발력으로 사람들을 웃게만드는 재치있는 말한마디도 훌륭하지만, 조금 더 고민하고 종이에 눌러쓴 한문장을 저는 더 아끼는편입니다.

삶에서 각자가 개인이 하는 사유는 무척 중요합니다. 생각과 우물은 깊을수록 좋다는 말을 저는 좋아합니다. 생각을 통해 어떠한 답을 도출해내는 그 과정 자체가 저는 인생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각자의 선택은 바로 저 생각에서 나오니까요. 그러니 이왕이면 긍정적인 글을 읽는게 좋다고생각합니다. 글의 수준은 두번째 문제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름도 모를 작가가 쓴 인터넷서평한줄이 뇌리에 강하게 남을 수 있는법입니다. 좋은글이란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할거리를 던져준 책들에 대한 그 답을 뾰족하게 깎아낸 연필처럼 날카롭게 낼 필요는없습니다. 그저 이 글쓴이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살았구나 정도면 충분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인간은 타인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걸 인지만하더라도 상당부분 위로가 되는 족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바쁜삶속에서도 아주 가끔씩은 글을 읽는습관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생각보다도 많은 위로들이 그 안에 있습니다. 위로는 상처를 아물게합니다. 그래서 이런 재미도없는 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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