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by 이광수



VII. 신들이 노는 세계. 10. 쁘레따 死靈


힌두교와 불교에서 ‘나마스’는 신에게 경배하고 그의 가호를 기대하며 온전히 귀의하는 개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들은 신을 경배하고, 귀의하여 그에게 뿌자 즉 공양을 올립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슈랏다shraddha라고 하는 것인데, 한자어로는 재(齋)라고 번역하는 겁니다. 49재, 천도재라 할 때 쓰는 그 ‘재’입니다. 재는 망자나 조상을 위해 바치는 의례인데, 죽은 영혼 즉 귀신을 위로하고 천도를 기원하는 의례지요. 그 죽은 귀신을 힌두교에서는 쁘레따(preta)라고 하는데, 쁘레따는 죽어서 그 영혼이 인간 세계를 떠났으나, 저승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상태에 있는 귀신을 말합니다. 힌두는 그들을 굶주리고 목마른 상태에 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그 죽은 귀신을 먹을 것이나 물을 주고, 꽃을 바치고, 기도문을 낭송해 위로하여 천도하려는 것이지요.


특히 생전에 탐욕이 많거나 지나치게 인색하거나, 비도덕적인 행위로 사람들에게 많은 지탄을 받은 사람의 영혼을 그렇게 치는데,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죽은 영혼은 가엾이 여겨 용서하고 위무해줘야 한다는 그들의 세계관을 읽을 수 있지요. 그 장례나 제사 혹은 재를 제대로 치르지 않으면, 죽은 영혼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쁘레따 즉 귀신으로 우리 주변을 떠돈다고 믿지요. 인도에서는 이 슈랏다를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한국 불교에서와 달리 힌두교에서 죽은 사람은 제대로 된 장례와 재를, 올려야 조상 신 즉 삐뜨리(pitri)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쁘레따로 남아 굶주림이나 외로움에 시달리며 원한을 풀지 못하고 불만이 쌓여 후손에게 해코지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쁘레따는 후손에게 질병이나 불행을 초래하는데, 특히 가축이나 농작물 피해 등을 일으킨다고 믿습니다. 흔히 말하는 재앙이라고 하는 거지요. 그래서 후손들은 브라만 사제가 주관하는 슈랏다를 통해 쁘레따를 삐뜨리 세계로 인도해야 하는 거지요. 재를 성대하게 잘 올리면 쁘레따는 더 이상 해를 끼치지 않고 조상신으로서 후손을 보호하게 된다고 그들은 믿습니다. 그래서, 결국, 힌두교나 불교나 그 사원으로 재물이 들어가고, 신자들은 그 의례 행하다가 재산 탕진하는 경우가 숱합니다. 그렇다고 그걸 안 할 수도 없지요. 자기 부모나 자식이 귀신으로 구천을 떠돈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한국의 불교에는 거의 비슷한 사령의 개념이 있고, 그를 위무하는 49재가 있지만, 재를 제대로 올리지 않으면 죽은 조상 귀신이 후손을 해코지한다는 개념은 없습니다.


북부 인도에서 널리 퍼진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릴게요. 옛날 옛적에, 어떤 젊은 브라만이 있었는데, 아주 믿음이 독실하고 경건한 사람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의 가족이 슬픔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장례 의식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혼은 쁘레따가 되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구천을 맴돌며, 배고픔과 외로움에 시달렸답니다. 그 유령은 밤마다 가족들의 꿈에 나타나 배가 고프니, 음식과 물을 달라고 쉬지 않고, 산 사람들을 괴롭혔답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악몽이라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악몽에 점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결국, 신통력 있는 한 도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답니다. 그 도사가 말하기를 “너희 조상의 영혼이 편안하지 않다. 가야(Gaya)에 가서 삔다 다나(Pinda Dana) 즉 밥 공양을 드려라. 음식과 물을 정성껏 바치면 그 영혼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저승으로 갈 것이다.” 가족들은 가야로 순례를 떠나 재를 정성스럽게 올렸고, 이후부터는 유령의 출현도, 악몽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영혼은 마침내 삿된 존재에서 조상신으로 신분이 올라갔답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하도 많아서 지방마다, 수도 없이 많은 버전이 있지요. 힌두 신화에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신선의 입을 빌어, 내리는 저주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게 이 쁘레따가 된다는 저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악행을 저지르면, 죽어서 쁘레따가 되어 굶주릴 것이라고, 저주하곤 하지요. 우리는 죽어서 구더기 된다고 하곤 하는데, 그 기원은 어디서 온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인도에서는 구더기 대신 쁘레따 된다고 저주합니다. 그만큼 쁘레따는 후손에게 무서운 존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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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쁘레따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언뜻 보면, 사회에서 손가락질당하는 짓 하지 말고, 도덕적으로 살라는 것이지만, 한 단계 더 깊이 생각하면, 브라만이 주도하는 의례는 반드시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례 의식이 단순한 전통이 아니고, 살아있는 후손의 생사화복이 걸린 중요한 의례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면서 반드시 브라만 사제에게 물질을 바치라는 거지요. 우리나라에도 조상님께 제사를 잘 지내는 후손이 복을 많이 받고, 제사를 지내지 않은 후손들은 집안에 재앙이 든다는 이야기는 저 어릴 적에는 귀에 못 박힐 정도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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