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VIII. 기복, 그 순수한 바람 9. 마이투나 Maithuna (남녀) 交合
지금도 인도하면, 그 대표적인 이미지들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는 게 바로 카주라호(Khajuraho)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여러 힌두 사원 벽면에 부조로 있는 수많은 남녀 교합의 상(像)일 겁니다. 그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은 인도, 하면 떠오르는 게 사원에 남녀가 섹스하는 장면이 버젓이 새겨져 있는 ‘신비’의 나라 혹은 이상한 나라로 이해하곤 하지요. 이와 관련하여 질문을 참 많이도 받았습니다. 인도는 진짜로 그렇게 섹스하는 걸 숭배하냐는 거지요. 답은 전혀 아닙니다, 인데, 그러면 그 벽면 부조상은 뭘 의미하는 건지를 설명해야 하겠지요. 이 글 바로 전에 설명했던 ‘샥띠’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시지요.
밀교는 점잖고 고상한 현교(顯敎)가 꺼리고 혐오하던 것들을, 역으로 숭앙한다고 말씀드렸지요. 그 대표적인 게 산스끄리뜨 어휘에서 ‘마’(ma)로 시작하는 다섯 가지입니다. 술(마디야madya), 살肉(만사mansa), 물고기(맛시야matsya), 수인手印(무드라 mudra), 성교(마이투나maithuna)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마이투나 즉 남녀가 성적으로 교합 하는 거 즉 섹스하는 겁니다. 마이투나는 생산을 추구하는 밀교 전통의 핵심이라 했으니, 그 생산이란 다름 아닌 밭에다 씨를 뿌리는 거지요. 밀교에서는 우주의 모든 이치를 음과 양의 합일이라고 봤고, 그것은 관념적이거나 정신적인 것이 아니고 물질적인 거라고 봤습니다. 그러니 우주의 모든 이치는 음과 양을 합체해야 하고, 그 이치를 인간의 남과 여의 합체로 이어져 생각한 것이지요. 실제로 밀교 전통에서 수행하는 남자 승려와 여자 승려가 의례적으로 성적으로 교합하기도 하고, 여성의 음부를 핥아서 그 액을 먹는 것도 상징적이고 의례적으로 행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은 수행자들 속에서 극히 일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고, 대부분은 남녀 교합상을 사원에 새겨 그 이치를 깨닫게 한 것입니다. 이는 그 상징성이 구체적이라 많이 뜨악하지만, 원리적으로는 동아시아의 음양 이론과 같은 것이고, 결국 그 음양의 이치를 인도에서와 같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으로 드러낸 태극의 원리와도 같은 이치지요.
밀교 불교의 여러 도상에는 남성 붓다가 따라(Tara)라고 하는 여신과 섹스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티베트는 물론이고 인도의 카시미르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 경지를 마하수카(mahasukha) 즉 대법열(大法悅)이라고 합니다. 초기 불교에서는 세상을 고통이라 했다가 대승불교 때는 세상은 공이니, 극락을 추구하는 밭이 되었는데, 이제 밀교에서는 세상 그 자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쁨이 나오는 곳이 되었지요. 그런데 음과 양의 결합, 즉 마이투나는 이 둘의 결합은 겉에서 드러난 대로 단순한 육체적 성행위를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 우주 모든 이치가 음과 양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음과 양은 반드시 합일해야 함을 말하는 거지요. 둘로 나뉘는 것을 거부하고, 서로 달리 보이지만, 결국 같은 것이라는, 세계관을 시전하는 상징이라는 말입니다. 불교로 말하자면, 지혜와 방편은 각각 음과 양이니, 반드시 합일해야 함을 말하는 겁니다. 초기 불교에서 추구하는 깨달음이라는 지혜도 완전하지 못하고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방편이라는 실천도 완전하지 못하니, 그 둘은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고 말하는 거지요. 붓다가 처음 비판하고 반박한 힌두교의 세계관이 길고 긴 시간이 지나면서 불교의 기본 세계관이 되었으니, 불교나 힌두교나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세계관으로 완전히 뿌리 내린 겁니다.
힌두교와 불교 양쪽 모두를 접수한 밀교는 신석기 시대에서부터 행해져 민속 신앙으로 끈질기게 내려온 다산 숭배가 중세 시대에 딴뜨라(Tantra)라는 지식으로 체계화되면서 종교의 주요 전통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전에는, 지금 우리 종교에서도 그렇습니다만, 민속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이질적이고 체계화되지 않은 잡다한 혹은 미신이라고 폄하되면서 근근이 내려오는 전통이지요. 이것이 힌두교에도 나타나 밀교 힌두교가 되고 불교에도 나타나 밀교 불교가 된 겁니다. 그리고 현교와 밀교가 함께 공존하면서 하나의 종교를 이루는 거지요. 마치 기독교에도 바이블에 나타난 전형적인 현교도 있지만, 드라큘라나 엑소시스트 같은 혹은 중세에 기독교 안으로 들어간 연금술, 점성술, 주술, 상징, 기괴한 의례 등 오컬트 신앙과 같은 민속 신앙이 공존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양자가 다르다면, 기독교와는 달리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그런 밀교 신앙이 정상적인 한 측면, 또 다른 하나의 전통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지요. 지금의 힌두교와 불교는 현교보다는 밀교의 요소들이 훨씬 많습니다. 누구도 이런 것들을, 정화해야 한다고, 이단이라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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