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by 이광수


IX. 이야기로 만민을 교화하라. 7. 나라까 Naraka 地獄


고대 인도 사회가 세계 최고의 이야기 보고(寶庫)인 것은, 다르마 중심의 사회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백성을 교화하려 했기 때문이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중입니다. 그 이야기는 때로는 신화 안의 이야기도 있고, 때로는 기억으로 전승된 법이기도 하고 둘이 섞여 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런 여러 이야기 가운데, ‘지옥’에 관한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힌두교에서 지옥은 나라까(naraka)라고 하는데, 불교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져 지금도 ‘나락으로 떨어진다’라는 말을 할 때 사용하는 그 ‘나락’입니다. 힌두 사회 최고의 법전인 『마누법전』은 인간은 자기가 쌓은 업(karma)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받는데, 천국(svarga)으로 가기도 하고 지옥(naraka)으로 가기도 하는데, 죽은 후 염라(야마)대왕이 죽은 자의 업을 평가하여 결정합니다. 죄업을 더 많이 쌓은 사람은 지옥에 영원히 갇혀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죄를 정화하면 다시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지요.


[마누법전]의 지옥의 모습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곳입니다. 불, 유황, 얼음, 칼날 등으로 뒤덮여 있거나 물이 없거나 빛이 없거나 쉴 틈이 없는 혹은 비명만 들리는, 악취만 나는, 썩은 것만, 있는 지옥도 있고, 불타는 쇠줄에 묶이는, 끓는 쇳물을 마시는, 바닥이 없는 우물로 떨어지는 등의 지옥도 있으니 그 지옥의 수가 스물하나로 나오지요. 그것도 부족해 이후의 다른 법전에서는 스물여덟 개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대승 불교와 지장보살 신앙에서는 8대지옥과 16소지옥 등도 있으니, 힌두교 개념과 거의 비슷합니다. 이 분야를 전공하는 종교학자들은 대체로 힌두교-불교의 지옥의 개념이 다른 어떤 종교의 지옥보다 가장 잔혹하고, 구체적이며 다른 종교에서와 달리, 힌두교-불교에서는 죄에 따라 맞춤형 고통이 주어진다는 개념이 상세히 발전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색이라고 하지요. 거기에 고통의 묘사가 매우 생생하고 구체적이니, 살점이 잘리고, 다시 재생되어 또 고통받는다, 라거나, 독사에게 삼켜져 온몸에 독이 번진다거나, 얼음 속에서 얼어 천천히 부서진다거나, 날카로운 바퀴로 몸이 찢긴다는 등의 고통 묘사가 너무 지독해 그야말로 공포를 주는 것으로는 가히 견줄만한 게 없다는 평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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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고대 인도는 왜 이렇게 지옥의 개념이 크게 발달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학자들은 대체로 힌두교와 불교는 사회 윤리를 교육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옥 개념을 극단적으로 구체화하고, 종교적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한 체계로 발전시켰다고 봅니다. 그 사회 윤리라는 건 다름 아닌 다르마이고, 다르마는 브라만과 남성을 중심으로 하는 불평등한 사회 질서 유지 이데올로기지요. 그러면 그들이 규정한 지옥으로 떨어지는 가장 심각한 죄 또한 이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사회 행위겠지요. [마누법전]에 의거하면, 브라만 살해, 부모 살해, 스승 살해가 가장 큰 죄입니다. 이보다는 약하지만, 또한 매우 심각한 죄로는 스승의 아내를 범하는 것 – 고대에는 남자와 여자의 나이 차가 30 대 12로 열여덟 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상층 카스트는 브라만 스승 집으로 들어가 학문을 닦아야 하니, 제자와 스승 아내와 눈이 맞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었을 겁니다. - 경전을 모독하거나 사제나 신을 경멸하는 것, 은인을 배신하는 것, 의례를 더럽히는 것 등이 상당히 큰 죄였습니다. 모두 브라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도둑, 절도, 방탕, 욕정 등의 죄도 무겁게 인식되었지요.


특기할 만한 사실로, 법을 고의로 왜곡하여 약자를 억압한 행위도 지옥으로 떨어지게 하는 죄로 한다는 [마누법전]의 조항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잘못된 재판관으로 인해 마땅히 지켜져야 할 법이 정당하게 집행되면, 백성들의 불만이 쌓이고, 그러면 곧 공동체 질서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브라만 중심의 사회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의식에서 나온 것이라 봐야 할 겁니다. 여성을 납치하여 성적 학대를 자행하거나 약한 백성을 괴롭히는 탐관오리에 대해서도 지옥행으로 규정하는 것도, 같은 이유 즉 브라만 중심의 사회 질서 유지에서라고 봅니다.


끝으로 지옥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고대 인도 마우리야 제국의 왕인 아쇼까에 대한 전설입니다. 아쇼카 왕은 초기에는 매우 잔인한 형벌을 내리는 궁전같이 생긴 감옥을 만들었답니다. 그는 법전에 나오는 지옥에서와 똑같은 식으로 죄인을 고문하고 처형하였답니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온 사람은 누구도 살아서 나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쇼까는 한 불교 승려를 이 감옥으로 끌고 왔는데, 그가 끝까지 두려워하지 않고 평온함을 유지했는데, 이를 보고 감동하여 불교로 개종하고, 이 ‘지옥’을 철거했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불교에서 자기들 종교는 악귀보다 더 잔인한 사람도 자비로운 왕으로 바꾼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만들어낸 이야기지요.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은, 그만큼 지옥에 관한 이야기가 민간에 널리 퍼져 있었고, 그만큼 브라만 중심의 사회가 잘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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