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화와 함께 읽는 힌두교와 불교 세계관
I. 멈추지 않는 윤회의 수레바퀴
11. 비슈와 Vishva 세계
우리가 사는 세계는 윤회의 세계이고, 그 끝없는 윤회를 벗어나는 것을, 해탈이라 하는데, 그 시간 개념을 포함한 공간 즉 시공의 우주를 비슈와(vishva)라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아는 스페이스(space) 개념으로서의 우주가 무한대의 시간 속에서 존재하는 시공의 우주 개념이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 우주는 무한대 시간의 바퀴로 창조-유지-파괴-창조-유지-파괴...라는 끊임없는 순환으로 구르는 듯 존재하는 거지요. 그러니 비슈와는 시공을 초월하는 절대 신도 그 안에 존재하고, 물질은 물론 정신도 그 안에 존재하고, 자연의 개념도 그 안에 존재하고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개념도 포함합니다. 이 비슈와의 개념이 힌두 세계관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갖는 시공을 초월한 함께 사는 공존의 정신 때문입니다. 그래서 윤회하는 세계는 무명으로 인해 만들어진 고통으로 인식하면서,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지만, 우주 총체로서의 세계는 절대 신을 나타내는 형상으로 경외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 품어야 하는 것이 됩니다. 개념이 쉽게 와닿습니까? 어렵지요? 항상 그렇듯, 브라만 신학자들은 이 어려운 비슈와 개념을 이야기로 만들어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왔습니다. 어려운 세계관을 못 배운 무지렁이들이 이해하고 그 세계관에 순응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일 뿐, 그 세계관을 원래의 의미 그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설명하여 온전한 이해를 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상징과 비유를 동원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던 겁니다.
그 이야기 가운데 비슈와에 대한 걸 하나 들려드리죠.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묻습니다. 비슈와는 너무 커서 이해할 수 없어요.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 하니, 스승이 항아리 하나를 보여주면서 이 안에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습니다. 빈 항아리라는 답이 오고, 스승이 이 항아리 안에도 저 하늘이 있느니라, 항아리를 깨뜨리면, 항아리 안의 하늘이 항아리 바깥의 하늘과 연결되어 결국 둘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비슈와는 바로 항아리 안에 있는 것이다, 라고 답합니다. 비슈와는 어디에나 존재하니, 우주적 세계이기도 하면서 개체적 인간이기도 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개념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경계 혹은 다름이란 존재할 수 없고, 그것은 우주 전체에 다 적용되는 것이니, 진정한 깨달음은 전체와 개체의 통합에 있다는 가르침이지요. 비슈와는 편재하는 존재고, 그 우주 곳곳에 영원한 시간 순환 속에 편재하는 그 우주를 주재하는 신이 같은 어근을 가진 비슈누Vishnu라는 신이지요. 그래서 비슈누는 때와 곳을 달리하며 여러 형상의 화신으로 나타나지만, 궁극은 브라흐만이라는 본질로 다 통합된다는 의미를 전하는 겁니다.
비슈와 개념은 현대적 의미의 생명 보호 혹은 자연 보호 사상과 잘 어울립니다. 비슈와는 단지 인간 중심의 세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산, 물, 땅, 바다, 공기, 영혼, 정신은 물론 여러 동물까지 그야말로 세계의 모든 존재를 포함하기 때문에 비슈와를 존중한다는 것은 자연과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으로, 연결되지요. 그래서, 모든 존재는 신성한 것이니, 자연 보호와 잘 어울리게 되는 거지요. 물론 그렇다고 인도 사람들이 자연 보호에 앞장서고, 강이나 숲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세계관이라는 게 자본주의의 개발 탐욕이라는 물질 관계를 압도하는 것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돈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은, 어느 종교, 어떤 곳에서도 강력하게 통하는 것은 인간 역사에서 비일비재하지요. 하지만, 적어도 비슈와를 손상하지 않고 지키는 것이야말로, 참된 영성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세계관은 비교적 생명 보호나 자연 보호의 실천을 다른 어떤 종교나 나라보다는 이곳에서 더 잘 실천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요.
비슈와 개념이 현대적으로 원용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수상이 2023년 9월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바수다이와 꾸뚬바깜(Vasudhaiva Kutumbakam)’이라는 우빠니샤드에 나오는 산스끄리뜨 구절을 인용하면서 ‘세계는 하나의 가족이다.’라는 의미로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하나의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세우지요. 모디 수상은 이 연설에서 인류가 직면한 기후 변화, 분쟁, 불평등 등의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용과 협력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는데, 국경을 넘어선 연대와 공동의 책임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했습니다. 국제 문제에서 인류의 통합과 번영을 위해 인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세계는 하나의 가족이다, 라는 말을 다른 식으로 풀면, 세계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적이 동지가 되었다가 다시 동지가 적이 되었다는 말로 해석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인도는 국제무대에서 대체로 미국과 가깝게 지내지만 그렇다고 러시아나 중국과 적대적으로 지내지는 않습니다. 지금 미국이 인도에 관세를 심하게 부과하는 압박을 넣지 못하는 여러 이유에, 그렇게 하면 인도가 중국과 손을 잡고 미국을 흔들어버릴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인도가 보는 국제무대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천변만화의 세계, 즉 비슈와지요.
13.5./250922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