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스포일러가 있는 글입니다.
가족은 어째서 그렇게 중요한 존재일까. 이 영화를 보고 갑자기 든 생각은 아니다. 이전부터 종종 가족이라는 것이 사회에서나 개인에게 과하게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나 생각했다. 가부장제안에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지는 몰라도 현대에는 같은 피가 흐른 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묶어두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봤을 때, 의식아래에 묻어뒀던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고만 것이다. 왜? 왜 그렇게 자식이 중요하지? 얼굴 몇 번 본 게 다인 어떤 사람이 알고 보니 내 핏줄이었다는 것이 인생을 다 내던질 정도로 중요하단 말인가? 그리고 그건 이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그저 그런 가족영화인 건 아니다. 일견 행복해 보이는 대가족의 모습을 영화초반에 꽤 많은 시간을 들여 표현한 것은 겉으로 보기에 화목한 가족이 실은 그 안에 어떤 갈등들을 품어왔는지를 천천히 들추며 와해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반면 결국 혼자 남겨지는 파코는 오히려 행복해 보인다.
파코는 혼자 남겨질 뿐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잃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했기에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는 모든 걸 다 버리는 것을 ‘권리’라고 까지 말한다. 그 대사에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사강의 말을 떠올렸다. 사강의 말은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말한 것이라면 파코는 다른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버릴 권리를 말한다. 그것은 어떤 마음일까. 유전자가 시키는 본능인 건가. 아니면 갑자기 샘솟은 애정? 뭐든 간에 스크린밖에 있는 나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숭고한 희생이라는 것에는 반박할 생각은 없다.
결국 나의 첫 예상은 틀린 것이 되었다. 이 영화는 가족의 끈끈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각자의 인물들이 여러 감정과 갈등을 겪고 끝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가 중요한 영화다. 선택은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꾸고 그 선택은 곧 그 사람 자체가 된다. 비밀은 선택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