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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강하 Dec 09. 2018

강아지와 산책하며 즐기는 요론섬

메가네의 켄과 켄의 손자 마고

영화에서 보았던 작고 날씬한 갈색 강아지 켄. 그 옆엔 하얀바탕에 갈색 점박이 강아지가 함께 묶여 있었다. 


"얘 걔다. '메가네'에 나왔던 애."

"어 맞네맞네."


다가가 안녕하고 손을 내밀었지만 고개도 돌리지 않고 헥헥거리며 누워있을 뿐이다. 강아지 집위에 씌여있는 일본어를 떠듬떠듬 읽었다.

'산책을 시켜주면 정말 좋아해요.'

내가 읽은 것에 확신이 없어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강아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산뽀 데끼마스까?" (산책할 수 있어요?)


흔쾌히 괜찮다고 말하는 스탭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우와! 강아지 산책시킬수있다! 친구에게 물었다.


"강아지 산책 시켜본 적 있어?"

"아니. 한 번도 안해봤어."

"오늘 엄청난 날이네. 한번 해보면 엄청 기분 좋을걸."


나는 허리를 숙여 더위에 녹아있는 강아지들에게 물었다.





"산뽀 시요까?" (산책 할까?)


강아지들이 산보라는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들고 일어섰다. 무기력하게만 보였던 녀석들이 이렇게나 신나하다니. 정말 산책을 좋아하는 애들이구나. 친구가 잠시 방에 가방을 가지러 간사이 녀석들은 난리가 났다. 앞발을 들어 내 다리를 치며 왜 안가냐고 조른다. 



친구와 목줄을 하나씩 잡고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갔다. 숙소 정문에서 멈칫했던 우리 대신 강아지들은 자신들이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해서 앞장서 걸었다. 우리는 마음을 놓고 강아지를 따라갔다. 길을 건너고 풀숲으로 들어서 풀을 먹기도 하고 곤충을 잡아먹기도 했다. 어느곳에서는 다른 동물의 냄새가 나는지 한참을 서있기도 했다. 줄을 당기며 "이제 가자~"하면 알아듣고 걸음을 옮겼다. 해는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하늘과 땅의 경계는 짙은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강아지들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해변에 도착했다. 와, 이녀석들 바다 보고싶었구나. 낭만을 아네. 모래사장에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강아지들도 우리 앞에 덜썩 엉덩이를 붙였다. 검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과 파도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야말로 사색의 시간이었다. 요론에서는 강아지들 마저 사색을 즐겼다. 





돌아가는 길 숙소에 가까워지자 두녀석은 온몸에 힘을 주고 버티기 시작했다. 돌아가기 싫다는 의사표현이었다. 산책을 하며 녀석들이 멈추면 멈추는대로 걸으면 걷는대로 따라다녔던 우리는 어둑해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안돼. 밤이라 이제 들어가야돼."


목줄을 두세번 끌자 그제야 녀석들은 포기하고 발을 옮겼다. 하여간 웃긴 애들이다.

묶여있는 강아지들을 보면 마음이 쓰였는데 이녀석들은 그래도 참 행복한 축에 속한다. 숙소에 묶는 손님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데리고 나가 줄테니까. 실제로 숙소에 드나들때 보았던 개집은 비어있을 때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매번 산뽀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신나하다니 역시 멍멍이들에게 산책이란 자주하면 할수록 더 좋은 건가 보다.



요론토빌리지 홈페이지 메인



요론빌리지는 메가네로 널리 알려진 만큼 켄도 유명인사다. 그래서인지 요론빌리지의 로고에서도 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작은 섬의 숙소 로고라고 하기엔 아까울 만큼 귀여우면서 세련된 로고는 티셔츠와 에코백으로도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다. 나도 귀여운 로고에 반해서 에코백을 사왔다. 



강아지가 그려진 요론토빌리지 로고



요론토빌리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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