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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강하 Feb 16. 2019

타다, 제가 한 번 타봤습니다.

직접 이용하고 너무 좋아서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글

다리가 저렸다. 느긋하게 출발일자에 닥쳐서 예매를 하려고 보니 일반버스 밖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녁 8시 30분 출발이라는 시간이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한 시간쯤은 입을 벌리고 고개를 가누지 못할 정도로 잠이 들었다가 발 저림에 깨어나서 반사적으로 지도 앱을 켰다. 대전을 출발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났으니 버스는 오산까지는 도착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막 천안을 벗어난 위치를 확인하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거기다 버스의 속도 또한 심상치 않았다. 분명 버스 전용차로를 달리고 있음에도 멈춰있는 옆의 승용차들보다 조금 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다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신호까지 아랫배에서 울렸다. 안돼. 아직 아니야. 몸에게 명령하고 일부러 다른 곳에 집중하려 하스스톤을 켰다. 그래, 12시 전까지만 도착하면 되지 뭐.

 

'서울'이라는 표지판이 얼마나 반갑던지. 이제 곧 내린다! 하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넣고 창밖을 바라봤다. 임시로 배정된 차여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래쪽 창틀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었다. 어릴 때는 곧잘 성애가 맺힌 창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성인이 된 나는 찝찝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옆 창으로 밖을 보기를 포기하고 고개를 빼고 앞 유리를 살폈다.

 

서울에 다 왔는데 왜 안 움직이지? 거기다 코앞이 고속버스터미널이었다. 그 앞에서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30분은 족히 시간을 써버린 것 같다. 당장이라도 "기사님, 저 그냥 여기서 내릴게요!"라고 외치고 싶은걸 참느라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수없이 반복했다.  32석을 꽉 채운 사람들 중 아무도 그 말을 외치지 않았다는 것에 감탄해서 내릴 땐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아마도 임시로 배차된 버스들이 많아 터미널 안쪽이 혼란스러운 듯했다. 느릿느릿 터미널에 가까워질수록 안쪽에서는 호루라기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겨우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에 먼저 뛰어 들어갔다. 지도 앱으로 확인한 지하철 막차시간은 이미 지나있었고, 버스를 타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였다. 센트럴시티 터미널 안은 왜 이리 넓은지. 매번 지하철만 탔기 때문에 출구도 모르는 나는 사람들을 따라 걸어가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직원분에게 택시를 어디에서 타면 좋을지 물었다. 가르쳐준 방향으로 나가 택시 승강장을 바라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족히 오십 미터는 넘게 늘어서 있는 줄. 그 앞에 응당 줄지어 있어야 할 택시를 기대했지만 서있는 것은 한 대뿐. 이러다가는 몇 시간을 걸려 택시를 타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신림이요 신림! 화곡이요!" 하며 저마다 합승을 종용하는 기사들까지. 아.. 좌절감이 몰려왔다.


그때 예전에 사용하려다가 카드 등록 때문에 포기했던 타다 앱이 떠올랐다. 트위터에서 한참 서비스가 좋다며 사람들 반응을 보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카드 등록을 하고 차를 호출했다. 배차가 정말 빨랐다. 대신 카카오 택시보다는 오는데 까지 시간이 걸렸다. 7분 정도.


줄지어 선 사람들을 향해 "타다로 차 부르세요!"를 외치고 싶었다. 차가 7분 후 도착한다는 알림이 왔을 때 구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택시 승강장 앞엔 나 외에도 이미 타다를 부른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하얀 타다 차들이 차례로 섰다가 손님을 태우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심히 번호판을 바라보다가 내가 부른 차를 발견했다. 부드럽게 열리는 자동문! 들어서자마자 "ㅇㅇㅇ 고객님이세요?"라고 묻는 기사님의 친철한 말투! 거기다 잔잔히 흘러나오는 클래식까지. 그 순간 아, 이건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라는 결심이 섰다. 그래서 오전 1시 14분에 집에 들어와서 앉자마자 이 글을 쓰고 있다.


기사님이 안전벨트는 매달라고 요청하셔서 안전벨트를 매고 한숨을 돌리며 생각했다. 왜 진작 이런 서비스가 없었을까? 이제껏 택시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꽤 많았다. 목적지를 말하자 인상을 구기며 거긴 다른 손님 태우기 어렵다며 불평하거나. 담배냄새가 심하게 난다거나, 꼰대질을 당하거나. 심지어 친구는 플러팅까지 당했다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서비스가 금액은 2-3천 원 정도밖에 더 들지 않는다니. (도착하고 나서 결제된 금액을 확인하니 택시와 같은 요금이 결제되어 있었다.)


당장 아이가 있는 친구들이 떠올랐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는 필연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다. 담배냄새가 난다고 해서 탔다가 바로 내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불쾌한 서비스를 받는다 하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클레임을 한다는 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아이가 있지만 운전을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면 타다는 정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거기다 애완동물을 데리고 병원에 갈 때라든지, 3명 이상이면 타다가 훨씬 좋은 선택이다. 좌석도 넓고 최대 5명까지 탈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기사님의 인사와 함께 마지막까지 좋은 인상을 남긴 타다. 이 정도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는 오랜만이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동에 문제를 겪을 때, 한 번쯤 꼭 경험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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