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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롭지엥 Oct 31. 2020

머릿니 소동과 데워먹는 콜라

여기가 영국입니까?

영국 생활에 조금 적응되니, 아침에 밥과 국을 먹던 습관이 자연스레 시리얼과 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등굣길에 우유와 시리얼을 먹던 딸이었습니다.


머릿니 소동


딸 이마에서 날파리가 보여서, 신속하게 크리넥스 한 장을 뽑아 날파리를 잡아 버렸지요.


오후 3시 30분이 되니, 아이들이 하교합니다.

가방에서 가정통신문을 한 장 꺼내는 딸아이.

cases of lice!!!! '머릿니 발생 경보'였습니다.


학생 몇몇 에게서 머릿니가 발생되었다는
신고가 있습니다.

아이들 머리를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만약 발견했을 경우는
영국 공식 사이트에서 추천해주는
이러한 각종 방법 등을 통해 머릿니를
소탕(?) 해 주십시오.



어어? 잠깐만, 그럼 아까 그 날파리가 혹시?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겁니까.

딸아이의 정수리 한가운데를 쫙 펼쳐 본 순간!


헉.!!!!


까만 작은 벌레들이 득실득실.

그리고 중간중간 빨갛게 보이는 흉터들.

귀 주변까지 를 빨아먹고 시뻘건 반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으아~으악!!!! 아!!! 어떻게 해!!!~~ 악!!!!


무작정 욕조로 달려갔어요. 머리카락을 털어봤습니다.

우수수수 까만 벌레들이 10개 정도 떨어집니다.

으악, 으악!!!!   연신 비명은 터져 나오고. 딸아이도 겁에 질렸습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합니다.


나: "비상상황이야, 지금 우리 애 머리에 이가 있어?!!!"

남편: "뭐라고?소리야,''라니,,어???머릿니라고???"

나: "나 지금 나갈 수가 없으니까 퇴근하는 길에 머릿니 약 좀 사다 줘요."


당황한 남편의 목소리가 수화기 저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그렇게 급히 전화를 끊고 머릿니 소탕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이 정도로 많은 거면 머릿니가 생긴 지 한참 된 상태인데, 어떻게 몰랐을까요?

매일매일 목욕시키고 머리를 감겼거든요.


첫째, 머리를 제대로 안 말리고 젖은 상태로 놔두어서?

둘째, 딸아이 친구들은 이마를 맞대고 인사를 하는데, 그 사이 옮아왔을 경우의 수가 있음.


혹시나 싶어 둘째 아이의 머리도 들춰봤지요. 역시나 머릿니가 기어가고 있네요. 아후...


세상에나, 요즘 세상에 그리고 영국에서, 머릿니가 있다니요.

실제로 영국의 마트나 약국(부츠 BOOTS)에는 머릿니 약 코너가 있어요.

영국에서 머릿니는 흔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머릿니와 사투를 벌이게 되었고, 온 집안의 침구며 옷가지, 카펫 소독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저의 새로운 버릇도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머릿속부터 들춰보는 검열 검사.


그리고 그 이후로도 저는 3년 동안 3번의 머릿니 소탕 작전을 하게 됩니다.



장염입니다. 콜라를 데워 먹이세요


딸아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먹은 것을 모두 토해내더니 급기야 복통에 울고 있습니다.

사태가 심각함을 인지하고, 학교에 결석 통보를 하고 병원부터 갔습니다.


우리 가족이 등록된 GP 병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영국은 등록된 동네 병원 1차 병원에 가서 진료 보는 시스템, 가정의학과 정도로 해석, GP라고 칭한다.)


역시나 예상처럼 당일 진료가 어렵답니다. (급한 상황 아니면 당일 진료가 잘 안되어요.)

어찌어찌 상황 설명을 하니, 연계한 병원에 자리가 있다고 예약을 해줬습니다.


이리저리 청진기를 대보고, 검사를 해보더니 의사가 말합니다.


장염입니다. 아이에게 탈수가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럼 콜라를 데워 먹이세요.


네??? 제가 잘 못 들었나요? 콜라를요? 데워 먹이라고요?


처음에 농담인 줄 알고, 다시 되물었지만 의사는 진지한 얼굴로 데운 콜라를 제시합니다.

감기로 영국 병원에 몇 차례 방문해서 익히 영국 병원의 느낌, 분위기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건 또 처음 듣는 장염에 관한 처방입니다.


감기로 병원을 가면 의사의 처방은 한결같았습니다.

"집에서 쉬세요,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세요. 열이 나면 집에서 칼 폴을 드세요"

그리고는 약은 처방 해 주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영국 국민 필수 상비약 칼 폴(CALPOL, 해열진통제의 종류)


영국에서는 병원비가 무료입니다. 보험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무료인 만큼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병원 예약 잡기가 어렵고, 어렵게 예약을 해서 방문해도 '처방'이 신통치 않아서 병원 가기를 포기하는 게 다반사였거든요.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데요


딸아이가 이번에는 저녁을 먹고 갑자기 코에서 코피가 났습니다.

지혈이 안되고 피의 양이 상당하여 덜컥 겁이 났습니다. 코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데 너무 무서웠습니다.

남편은 출장 중이었고, 그때 마침 저희 집에 놀러 온 친구(간호사)가 보더니 응급상황이라고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응급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질문에 귀를 쫑긋 하고 답했습니다.

" 아이가 숨을 쉬나요? 네

  아이가 기절했나요? 아니요

  아이가 몸을 가누지 못하나요? 아니요"


  "당신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GP(동네 병원 주치의)에게 방문하세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니, 아이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데

심장이 쿵쾅쿵쾅, 남편은 출장 중이어서 없고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가깝게 지내던 한인 지인 가족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했습니다.

지인분께서는 수소문을 해서 주변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찾아 주었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저를 위해 병원에 동행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어린 둘째부터 지인 집에 맡기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쳐가면서 겨우겨우 운전을 해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어린이 응급실이 있는 병원은 굳게 닫혀 있었고, 응급실이 9시까지만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여 있었습니다.


순간 다리 힘이 풀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다행히 딸의 코피가 멈추었습니다.


그렇게 응급실 소동은 일단락이 되었지요.


다음날 동네 GP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서 딸의 상태를 점검했고, 혹시나 모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차 병원 검사를 예약했습니다.


" 문제가 없어 보여요. 더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싶으면 소견서와 함께 2차 병원에 예약을 하겠습니다.

  단,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예약일과 시간은 우편으로 통보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집으로 도착한 우편물에는 정확히 3개월 후 예약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습니다.


" 기다리다가 병이 다 낫겠다! " 하고 웃어넘겼지만 실제로 그 3개월 사이 더 이상 문제가 없음을 발견한 저는 2차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영국의 치과협회에서 권장하는 하루 양치질의 권장 회수는 2회입니다.

영국초등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아무도' 양치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둘째가 이가 썩어 치과에 가서 충치검사를 했습니다. 충치 검사를 한 후에 의사가 말합니다.


" 아이에게 단 것을 먹이지 마세요.

그리고 양치질 후 입안의 치약 물을 물로 헹구지 마시고, 그냥 치약만 뱉어 내세요."


하하하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영국 머릿니와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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