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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롭지엥 Oct 31. 2020

플레이 데이트와 돌려까기의 달인

영국 초등 친구 만들기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다가, 영국에 온 딸의 나이 . 만 6

오자마자 영국 학제로 2학년(Year 2)으로 공립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해외 육아, 처음인 초등학교 학부모 역할에 의욕 넘치게 도전하는 한 엄마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생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의 의욕은 꺾이고, 자신감마저 멀리멀리 떠나가게 되었습니다.

왜냐고요?

뒷말하는, 험담을 신나게 하는 영국 엄마들, 뒷말의 달인임을 알게 된 다음부터입니다.


같은 반 엄마들과 Mom`s night이라는 저녁 모임에 가게 되었습니다.


워낙 저희 학교가 영국 로컬 백인 위주의(아시아계가 거의 없는) 학생이 대다수 인 학교였지만,

유독 그 날, 그 모임에 참가한 사람 중에 저 혼자만 아시아인이었습니다.

엄마들은 저에게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지요.


시끄러운 음악소리의 와인바 wine bar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도 어려웠고,

친한 사이의 그들 속에서 어울리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서로 볼에 뽀뽀하는 인사를 하며 반기고는 삼삼오오 테이블마다 모여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테이블에 없는 '다른 엄마'를 흉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험담'인지를 몰랐습니다. 영어가 안 들렸으니까요.


3명만 모였다 하면, 나머지 1명의 험담을 시작합니다.

특히 영국 사람들의 말하는 습관, 빙빙 돌려 지구 반 바퀴를 돌려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바람에

그게 어떤 뉘앙스인지, 칭찬인지 욕인지 알아듣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저에게는 그러더군요.

"너 참 용감하구나! 만나서 반가워. 영국은 너에게 어떠니"

brave, 참 긍정적인 단어 아닙니까? 저는 저에게 칭찬을 하는 것으로 알아들었죠.


하지만 이게 비꼬는 말이 었음을.

'참 용감하게도!  영국인들만 오는 이 자리에 네가 감히 낄 생각을 했니! '라고 비꼬는 말이었음을

나중에 진짜 영국 사람 친구가 말해주어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라서 한다!


나의 사회생활의 전부,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들이 학교 같은 반 엄마들인데.

이 사람들이 돌려 까기의 달인이라니.

굳이 친해지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들이 저를 안 끼워줘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딸도 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무리 안에, 그룹 안에 말입니다.

아이를 재우기 위해 토닥토닥 잠자리 동화를 읽어주고 있는데 갑자기 딸이 꺼이꺼이 웁니다.


" 엄마, 친구 xx랑 놀고 싶은데, 그 친구는 나만 쏙 빼놓고 나를 무시해요.

나는 xx가 좋은데, 나랑 안 놀아줘 슬퍼. 오늘도 혼자 놀았어. 가만히 벤치에 앉아있었어요."


억장이 무너집니다. 서투른 영어만큼이나 학교에서 이렇게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구나.

흐르는 눈물을 꾹 참고 딸에게 말했습니다.


" 아직 네가 학교에 온 지 얼마 안돼서, 아이들도 어색해서 그런 거야.

조금 시간이 지나고 그 친구들이 우리 딸이 얼마나 괜찮은 아이인지 알게 되면, 그땐 다 너를 좋아할 거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엄마도 같이 도와줄게, 우리 같이 노력해보자."


엄마가 지금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머지는 아이의 몫으로 남기기로 했고 현재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플레이 데이트(Play date) 약속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playdate , 플레이 데이트란 언제 누구랑 어디서 놀지를 미리 약속하고 만나는 것입니다.

그냥 옆집에 가서 누구야 놀자가 아니라, 최소 일주일 전에 선약을 하는 것이에요.


엄마와 아이의 스케줄을 고려한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하는데,

저는 마치 연예인 일정을 관리하는 매니저처럼 스케줄을 모두 다이어리에 적어가면서

"놀기 위한" 스케줄을 짰습니다.


정말 애증의 플레이 데이트였습니다.

플레이 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좌절도 맛보았고,

결론적으로는 우리 아이에게 영국 친구들을 만들어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플레이 데이트였으니까요.


우리 딸이 Year 2로 학교를 시작했을 때 이미, 반 친구들은 Reception , Year1의 2년간을 같은 반에서 지냈기 때문에 매우 끈끈한 사이였습니다.

엄마들 친분이 두터움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한국에서는 새 학년이 시작되면, 매년 새로운 선생님, 반 친구들과 적응하는 낯선 시간들을 보내게 됩니다.

영국의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입학해서 정해진 반 친구들이, 학년이 바뀔 때 같이 이동하여 졸업할 때까지 같은 반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물론 선생님은 학년마다 바뀌게 됩니다.)


그 틈에 우리 딸이 끼어 들어가 스미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엄마인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속에는 저의 play date 요청을 5번이나 거절하고 무시한, 나에게는 콧대 높고 무례했던 영국 엄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각종 핑계를 대면서 저의 제안을 무시했지만 제 딸이 그 집 딸과 너무 친해지고 싶어 했기에,

저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나는 엄마다. 엄마라서 한다. '의 심정으로 포기하지 않고, 결국 play date를 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대단하다!!"

저희 남편이 굴하지 낳고 포기하지 않는 저를 보고 한 말이에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반 전체의 여자 친구들을 100% 우리 집에 초대하고, 또 초대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집으로 초대하는 약속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중이 되어서는

우리 딸은 영국친구 집에 매주 초대받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콧대 높고 무례했던 영국 엄마와 저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해외에 나가 적응을 할 때, 아이의 학교생활.

무엇보다 가장 염려가 되고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이의 교우 관계입니다.


어려웠지만, 힘들었지만 또 지나고 보았더니 ' 다행이다' 싶은

저의 경험이 그 누군가에게 조금의 용기로 더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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