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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롭지엥 Oct 31. 2020

4가지가 없고 이건 있다, 영국 초등 학교

이 구역의 주인공은 바로 나!

O2 Arena, 오투 아레나는 유명한 영국의 최대 공연장입니다. 인기 있는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공연해서 화제가 되었었지요. 그 공연장에서 우리 딸이 합창 공연을 했습니다.


늘 무대 체질,


영국 런던의 청소년 합창단들의 축제, Young Voice는 영국 No.1 청소년 합창 콘서트입니다.


부끄럼 잘 타기로 소문이 자자하던 우리 딸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얼굴부터 빨개져 수줍어하는 딸이,

런던 최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다니요!

물론 합창 단원 전체의 축제 공연이었기 때문에 독무대가 아니어서 부담은 없었겠지만,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수줍은 딸아이를 바꿔 놓은 비결은 바로 영국 초등학교에서 매일 무대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3학기로 운영이 되는데, 매 학기마다 어셈블리 assembly라는 일종의 학예회, 발표회를 합니다.

부모를 초청하여 무대 앞에서 공연을 합니다.


일 년에 3번을 정기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나니, 많은 사람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던 딸아이가 어느 순간부터는 관중을 의식하지 않고 큰 목소리로 공연을 하더군요.


딸아이의 학교에서 첫 어셈블리 발표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교장 선생님이 나와서 그동안 아이들이 이 무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선생님과 아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오늘 공연에 대해서 부모님의 소감을 묻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행여나 나를 지목할까 봐 고개를 푹 숙이고 교장 선생님의 시선을 회피했을 저의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하지만 영국 엄마들은 손을 번쩍번쩍 들고 본인의 소감에 대해 말했고, 무대에 서 있던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회답합니다.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선생님께서 너무 애쓰셨어요.
감사하단 말을 드리고 싶어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그리고 당차게 말하는 선생님과,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


그리고 주인공 주연의 역할 없이, 골고루 평등하게 두 마디씩 할당하여 대사 분량을 나눈 선생님의 노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특정한 한 명, 주목받는 주연 뿐 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줬습니다.


매일 하교하기 전 , 딸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story telling(스토리텔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나 반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앞으로 나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입니다.


매일 무대에 서 본 아이는 그렇게 자연스레 자신감을 탑재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4가지가 없는 학교라니, (시험. 성적표. 교과서. 필통)


영국의 초등학교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이 없습니다.


아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점수로 수치화하여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피드백으로 짐작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학년 말에 주는 연간 리포트에 적힌  very good, good, normal의 코멘트가 아이의 영국 초등학교에서 받은 유일한 성적표였습니다.


정해진 교과서가 없는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그 해 '배울 것'이 정해집니다.

필통도 필요 없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학용품을 모두가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이는 텅텅 빈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에 갔습니다.

 

흡사 한량의 모습으로 학교에 놀러 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학교에서 play time(플레이타임, 놀이시간)이 하루 2번 정해져 있다고 하네요. 오전 놀이시간, 오후 놀이시간


한국 엄마의 시선으로 매우 불만족스러운

'놀기만 하는' 학교였지만, 영국 학교에서는 독서활동만큼은 매우 중요시했습니다.


독서는 일상이고, 유일하게 매일 해내야 할 숙제였습니다.

매일 읽은 책에 대해 독서 알림장에 적고, 부모와 선생님이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시험이 없으니, 성적표가 없으니

한국 엄마는 우리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네요.



기부가 일상인 그들의 기상천외한 모금


영국 사람들은 참 기부를 잘합니다.

그리고 각종 방법으로 모금을 해서 필요한 곳에 도움의 손길을 더합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모금활동을 해서 학교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합니다.

실제로 공립학교의 경우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학교 운영이 어려워서, 각종 행사를 통해 모금 활동을 합니다.


1. 트램펄린 모금


아이들이 한 명씩 트램펄린(점프 방방)에서 점프하고, 1분 동안 뛴 점프의 숫자를 셉니다.

학부모는 점프 1건당 얼마를 기부할 것인지 미리 학교 측에 통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선생님은 점프의 개수 * 점프 1건당 기부금액을 계산하여, 부모에게 통보합니다.


저는 점프 1건당 기부를 50P로 적어 냈는데, 우리 딸이 1분에 100회를 뛰어서 50파운드를 기부하는 기부 천사가 되기도 했답니다.


참 기상천회한 방법으로 기부를 하는 영국입니다.


2. BAKE SALE , 베이크 세일


빵이나 케이크를 기부하고, 기부한 빵을 하교시간에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팝니다.

보통 집에서 만들어 오거나, 상점에서 파는 기성품을 사 오기도 합니다.

어셈블리 끝나고 꼭 진행하는 행사였습니다.

직접 아이들과 함께 쿠키를 만들어 기부행사에 동참하고, 또 그것을 사 먹으면서 좋은 일에 동참한다는 기분은 꽤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3. Mufty day, 머프티데이


영국은 초등학교도 교복을 입는데, 이 머프티데이만큼은 원하는 사복을 입을 수 있는 날입니다.

대신 아이들은 최소 1파운드의 기부를 해야 하는, 기부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행사입니다.


영국 생활 초반에 이러한 행사들을 몰라서 어리둥절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사복입는 날, 교복 대신 자유를 줄테니 기부하라!

자유와 기부사이의 모호한 공존이 있는 행사입니다.


4. World book day ,월드북데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주인공의 분장을 하고 학교에 오는 날입니다.

직접 캐릭터를 선정하고, 옷을 꾸미고 아이들은 자연스레 책과 가까이하는 경험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이날도, 기부를 하는 것 잊지 마세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즐겁게 기부하는 문화입니다.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다 말고, 만 6세에 난데없이 영국 초등학교 2학년에 입학한 우리 큰 아이는 영어 때문에 고생을 했습니다.


처음에 아이들과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어 무조건 OK, 오케이만 했다고 합니다.

Hello, Thank you, OK

이 세 단어를 가지고 하루 종일 생활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영어로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을 못 해서 하루 종일 참다가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부터 달려 뛰어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걱정이 되어 학부모 미팅 때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에게 특별 짝꿍을 붙여 주셨습니다.


우리 아이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붙어서 아이의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짝꿍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늘 붙어서 우리 딸의 마음을 읽어주고 늘 먼저 물어봐 주었습니다.

덕분에 딸의 영어 실력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었고, 가을이 시작할 때 영국에 온 딸은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게 되었습니다.


자신감을 길러주고,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마음을 심어준 학교.

자연스레 기부하는 문화를 배우며, 베풀고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나게 가르치는 학교.

노는 것 같아 보여도 책을 가까이하며 책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알아가게 하는 학교.


바로 영국의 초등학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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