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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강훈 Jul 05. 2024

김미옥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김미옥 작가, 진주문고에서 독서선동가를 만나다




1. 서점은 책연의 중심에서 책과 사람을 잇고 문화를 만든다. 


서점을 들락거리면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난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 책연(冊緣).

서점은 책을 소개하고, 책은 작가를 소개한다. 작가의 내면을 파고들다 보면 운 좋게 작가를 직접 만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그곳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SNS에서 함께 책을 읽고 공감을 나누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런 자리에 또 다녀왔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좋은 사람 냄새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향해야 한다. 물론 발품을 파는 정도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2. 7월 2일 저녁 7시 진주문고에서 또 다른 문화를 만났다.


인구 34만의 작은 도시 진주에 찾아오신 김미옥 선생님, SNS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작가님을 잘 몰랐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책을 먼저 알려줘서 작가님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다. 미옥이, 미오기? 아, 진짜 많이 들어본 동네 누나 이름인데…. 연배는 다르지만 사촌 누나들 이름이 미옥, 경옥, 자옥이라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다. 페이스북 친구가 되기 전 얼굴을 먼저 마주하게 되었다. 설마 아름다울 ‘미’에 구슬‘옥’은 아니겠지? 했는데 역시나 아름다움의 양(羊)이 큰(大) 사람이 맞았다. 알고 보니 페이스북에서 한 창 본인의 이름으로 달구신 분이었다. ‘82년생 김지영’에서처럼 대한민국 지영이 불러일으켰듯이 작가님의 책은 ‘미옥’이라는 이름을 여기저기서 다시 부르게 하고 계신다. 주가를 달리는 ‘미오기차’에 나도 뒤늦게 탑승하였다. 이날 경기도 인천, 대구등 전국에서 많은 팬들이 진주까지 찾아와 자리를 함께하였다. 

3. 느꼈으면 한 마디라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읽었으면 반드시 한 줄이라도 써라!” 


사실 북토크에서 가장 와닿는 한마디는 이 말이었다. 쓸모 있는 인간이라면 써야지.

책의 서평들은 넘쳐난다. 서평들만 모아도 ‘미옥이 평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주류든 비주류든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책에서 작가를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호감과 비호감으로 나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작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평을 남기는 것은 껍데기만으로 서평을 쓴다는 생각이 들기에 나는 서평이 아닌 독후감이나 공감을 나누는 정도의 글을 쓴다. 


작가님은 서평은 공감, 가시감을 가진 책 지도의 이정표라 말씀하셨다. 사실, 서평은 훌륭하신 분들이 대신해주었고 선동의 역량이 부족한 나는 ‘읽는 기쁨’만 누리면 된다. 그리고 그 기쁨을 표현한다. 이 책을 읽고 기쁨을 누렸네! 딱 이 정도가 좋다.   


서평과 글쓰기에 대해 언급도 하셨다. 맨 앞에 앉은 나는 또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전방의 눈빛 교환 3초간 발사! 눈이 마주쳤다. 내 관상까지 봐주시다니 참 열일 하시는 작가님이시다. 


역시 독서선동가의 미끼에 독자들이 걸려들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서평에서 한 작품을 설명하자 치면 항상 미끼 작품이 등장한다. 두 작품의 비교가 호기심 유발과 또 다른 독서를 불러일으키는 독서 미끼가 되는 셈이다.


비교의 예를 몇 개 소개하셨다.


쓰기의 시작과 연결 - 조엘 해링턴「뉘른베르크의 사형집행인」 + 황석영「장길산」

운명을 바꾼 글쓰기 - 강용홀「초당」 + 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

인간을 의식화(여성을 의식화)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말괄량이 삐삐」 + 최말자 여사

인간에 대한 예의 - 로버트 오펜하이머 + 루이스 스트로스

묘하게 서로의 작품을 비교하게 되고 독서의 미끼로 충분히 공감되었다.

독서는 공감력, 작가님은 독서 선동자가 맞다.  


4. 공감의 독서는 치유의 글쓰기가 된다.


책을 읽기 전 무식하게 책 제목만 보고 대충 ‘감’ 때리고 글 쓸 때 ‘각’ 잡고 집중해서 체계적으로 글 쓴다.라고 생각했다. 아주 부끄러웠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는 읽기·쓰기의 ‘감각’이다.

책을 읽은 후 작가님에게 확인차 질문을 하였다.

“공감의 독서로 생각과 지각으로 글을 쓴다는 말인가요?”

“네, 뼛속까지 맞습니다.”

맞았다.


독서는 전두엽을 활성화하고 공감력을 향상한다.

글쓰기는 편도체의 과활성화를 잠재우고 위기와 공격력을 잠재운다.

내가 독서하고 글쓰기를 하는 충분한 이유가 확인되었다.

이 책도 읽기와 쓰기의 사이에서 만난 고마운 책이다.

이 전에 만난 두 권의 책이 있다.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

책을 만나게 해 주고 독서를 유도하고 읽는 기쁨까지 주는 책들이다.


이기철 시인 「그 아침에 만난 책」

편성준 작가 「읽는 기쁨」

김미옥 작가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세 분의 작가님을 모두 눈앞에서 만났다. 독서를 유도하고 책 속에서 책을 또 소개하는 미끼를 던지시는 분들이다. 돌돌 말려 까기 힘든 10원짜리 땅콩 캐러멜의 투명 껍질을 벗겨서 입에 넣어 주듯, 포장지를 깔끔하게 벗겨서 먹기 좋게 보여주신다. 독자는 날름 받아먹게 된다.


이 책들은 묘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에피소드마다 하나의 책을 소개를 하지만, 그 에피소드에 묻어나는 책들이 더 많다. 신기하게 닮았다. 공감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읽기에서 쓰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들이었다. 작가님들은 하나같이 말씀하신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묻지 마라. 지금 읽고 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사람,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글쓰기는 시작된다.
-김미옥 작가-

                                                            


지금 읽고 싶은 책을 먼저 읽어라.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내가 모르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
늦게라도 나를 찾아온 책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 편성준 작가 -



내가 읽었다는데 방점을 둔다.
어느 날, 누가 나에게 말했다. ‘고마웠다’고.
그 음성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 이기철 시인 -





나는 이런 책들을 만나면 글이 쓰고 싶어 진다.

타인이 아니라 나를 위해 글을 쓴다. 진정성 있게 매일 글을 쓴다. 물론 내가 아는 이야기다.

내가 나한테 감동한 진정한 글이 아직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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