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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다정소감>

by 고강훈

다정다감한 일상


1. 다정한 주말을 보내며


주말에 스터디 카페에 가서 책을 좀 읽고 싶었으나 현실은 키즈카페. 일단 카페로 가긴 갔다.

토요일 오전 8시 무렵 아들이 나에게 다가와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한다. 무슨 꿍꿍이속인지 모른 채 선뜻 응했다.

일부러 져주기도 쉽지 않은데 내리 두 판이나 졌다. 삼세판의 의미가 없었다. 고사리손으로 덤볐던 승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다.


“원하는 게 뭐꼬? ”

“키즈카페!”

“키즈카페 가자고? 알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나도!”


약속한 대로 둘을 데리고 집 밖을 나선다.(한 명이라도 좀 쉬어야지)

아내에게 엄지 척을 보이며 말 한마디 남긴 채 유유히 사라졌다.


I'll be back.


다행히 오전 10시인데도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결국 읽으려고 가져간 책을 덮고 만다.

엄마들 사이 나는 다정한 아빠로 보였을까? 괜히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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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결국 이 책을 이틀 만에 다 읽었다. 노오란 책 표지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책날개를 펼쳐보기 전에는 몰랐다. 날개 뒤에 숨어 있는 미소. 검은 두 점이 나를 바라보는 눈이라고 생각은 못 했다. 책을 읽기 전에 열어봤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 다정하게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많은 소중한 감정들을 품은 다정다감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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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지 않고 잊히기 쉬운 작고 희미한 것들을 통에 담는 마음으로 쓴 김솔통 같은 글들이다.


책 속에서 기억나는 한마디를 만나 반가웠다.

‘이따 보자.’

‘이따 봐.’

금방 만날 것 같아 정말 언제 들어도 설레는 말이다.

그리고 다정하다.


“언제 식사 한번 해요.”

“네, 언제 같이 봐요.”

이런 말은 불확실한 미래에 희망 고문만 남기고 있다.


그래서 언젠데?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는 이 말은 서로에게 미루는 듯해 나는 이 말이 싫다. 그 언제는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기에….

그래서인지 ‘이따가’는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따가 너에게 갈게.’


#다정소감 #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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