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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지나가더니

지리산의 눈물

by 고강훈


주말에 아이들과 공원에 가는 길에 진양호 댐을 지나갔다. 수문을 연 댐은 무섭게 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지리산 기슭의 계곡물이 흙을 싣고 경호강을 지나 남강까지 내려왔다. 인근의 산청은 모든 군민이 고립되기도 하고 사망을 포함한 인명피해가 14명이나 된다니 심각한 수준이다.


몇 달 전 산불로 인한 복구를 채 하기도 전에 폭우가 내리니 산사태까지 발생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이 물은 한쪽은 함안을 지나 낙동강으로 유유히 흘러가겠지만 다른 한쪽은 사천 앞바다로 흘러 어민에게 또 다른 눈물을 흘리게 한다. 지리산의 빗물이 모여 눈물로 흘러내린다.


(남강은 발원지 함양의 남덕유산의 물이 산청으로 흘러 덕천강과 경호강으로 합류해 의령, 함안의 낙동강으로 그리고 사천만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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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람들은 왜 지구를 아프게 해?”


며칠 동안 많이 내린 비로 호수와 강으로 흘러 내려온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딸아이가 말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이 지구를 아프게 한 사실이 맞다.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역대급 폭우가 온 것도 지구를 아프게 만든 것은 사람이다. 인간이 만든 재해다.


산청 시천면에 살고 계시는 외삼촌께 전화를 드렸다.

전화벨이 오랫동안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잠시 후 들리는 목소리...

"훈아"

숨이 찬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반가운 목소리였다.


수도가 끊기고 티브이가 안 나온다고 하셨다. 시천면 덕천서원 뒤 구곡산 자락에 머물고 계시는데 티브이를 못 보셔서 오히려 나에게 되물으셨다.


“시천면요? 800mm 폭우가 내렸답니다. 안타깝지만 인명피해는 10명 사망에 4명 실종이라고 합니다.”


사실 외삼촌이 계신 곳도 산사태가 일어나 집을 덮쳤다. 그리고 사람 키 높이의 협곡이 생길 정도로 땅이 꺼졌다고 한다. 중장비는 물론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다. 차도 못 가니 도와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고립된 곳에서 땅을 파내고, 장독을 씻고 계신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산청 지역이 피해가 더 심각한 건 몇 달 전 화마가 지나간 자리다. 산청 산불로 산 전체가 다 타 나무가 없다. 폭우에 쓸려 내려온 흙이며 돌들이 산사태를 만든 것이다. 화마로 인해 민둥산이 되어 수마로 마을은 초토화되어 버렸다.


산불이 났을 때는 찾아 힘을 보탰지만, 이번은 직접 가서 도와드릴 방법이 없기에 마음이 무겁다.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지만 걱정이다.



#산청피해 #산청산불지역 #산사태 #시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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