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나를 그리다
나는 마흔 중반을 넘어 맛있게 익어가고 있는 중년의 가장이다. 회사를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힘든 시간 속 하루하루를 잘 버틴 것 같다. 출근길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불안했던 표정과 어리숙한 나의 모습들을 기억한다. 가족이란 단어가 큰 힘이 되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지 않았을까? 항상 그럴듯한 남편으로 남고 싶었기에 속내를 감추고 열심히 살아오고 있다. 여전히 직장에서는 나를 인정해 주는 듯하다. 그저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회사에 감사하며 나의 일을 잘 해내고 있다. 빠듯한 생활이지만 그래도 돈을 쓸 만큼 버는 쓸모 있는 인간이다.
5년이 흐른 지금도 아내에게 제법 괜찮은 사람으로 곁에서 함께하고 있다. 아내가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는다. 차라리 아내를 응원하며 내가 더 육아에 신경을 쓰기로 한다. 시간 활용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 분명하다. 가장이니까.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나에게 제발 머리 염색 좀 하라고 닦달하겠지? 흰머리로 제발 학교 근처 오지 말라며 딸아이는 신신당부할 것 같다. 귀찮지만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염색을 또 하고 있다. 거울 속 나를 보면서 한숨을 쉬기도 한다.
“아~5년만 젊었어도”
항상 꿈꿔왔던 경제적 자유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신적 자유는 이룬 듯하다. 마음껏 글을 쓰며 책을 한두 권 더 출간하지 않았을까? 현재의 마음을 유지한다면 첫 책에서 만족하지 않고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5년 후,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그만둔 상황이라면 참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꾸준히 들어오는 월급이 끊겨 아쉽긴 해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걱정은 없다. 낮에는 북카페나 작은 중고 서점을 운영하고 밤에는 글을 쓰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가장으로서 충분히 역할하고 있다. 그렇게 내 삶의 반경에서 선한 영향력으로 꽤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5년 뒤 10년이 흐른 뒤에도 난 남편과 아빠의 고귀한 자리를 지키면서도 글을 쓸 만큼 쓰는 쓸모 있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