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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강훈 May 27. 2024

가족의 탄생

쌍둥이의 출산으로 우리 집은 돼지띠가 세 명이 되었다. 아내와 쌍둥이는 같은 돼지띠다. 한 집에 같은 띠가 세 명인 참 보기 드문 가족이 탄생했다. 그렇다고 함께 사는 내가 매일 돼지꿈을 꾸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한 생활이 시작된 건 분명하다. 경험하지 못할 복권 1등 당첨 같은 선물이었다. 나는 큰 선물을 받았지만, 한동안 뜯지는 못했다. 달아날까 봐 두려움도 있었고, 그 감격의 기분을 그대로 느끼고 싶었다.   



  

출산 후 회복 과정에서 힘겨웠던 시간이 있었기에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내 손에 쥐고 있는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는 느낌이랄까? 정말 지키고 싶었고 간절했던 순간이었다. 신생아실에 일주일간 엄마의 존재도 모른 채 분유로 버텨 온 아이들도 대견했고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겨준 아내에게도 고마웠다. 처음 아기를 안고 수유실에 들어섰을 때는 눈물을 훔치며 분유를 먹일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몸은 이미 많은 약들이 투여되어 해독이 필요했기에 모유 수유는 피해야 했다. 아내는 아이를 안고 눈을 맞출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한다.

*모자동실을 신청한 부부는 산후조리원 방 안에서 두 아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내가 이 녀석들을 두고 어딜 간다 말이고?”

“내 말이…. 나도 홀아비 될까 봐 무서웠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서로의 가슴에서는 그때의 심장박동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내도 그때 기억을 되살리기 싫었는지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여보, 애들 이름은 지었어? 출생신고는 했어?”

“아, 맞다! 아니, 못했어.”

“빨리해!”

상황이 엄마가 우선이었지 아이들은 뒷전이었다. 사실 잊고 있었다. 아내가 서두르는 이유는 보험 가입 때문이었다. 다태아는 태아보험을 가입이 어렵다. 저체중으로 출산이 되거나 조산으로 인큐베이터 신세를 질 가능성이 높은 확률 때문에 보험회사에서 꺼린다. 16주에 가입을 받아 준다고는 하지만 사실 따질 게 많고 위험부담 때문에 출산 후 가입하라는 식으로 말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출산 후 아이가 어디 아프기라도 한다면 보험가입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태아보험 가입을 한다면 엄마 이름으로 가능하지만 출산 후에는 출생신고 후 아이들의 이름으로 보험 가입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재촉한 이유였다. 나중에 개명하더라도 이름을 빨리 지어 출생신고를 먼저 하고 재빨리 보험 가입을 했다. 결국 한 달 뒤 아이들의 이름은 개명하였고 새 이름을 짓느라 꽤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마침내 우리는 한 식구가 되었다.     




각자의 삶을 살다가 서로 만나 부부가 되었고 이렇게 새 식구가 늘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서로 매일 몸과 마음을 섞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내 삶 속에 가족 구성원이 자리를 잡고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남편이 된다는 것,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것,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것, 누군가의 아빠가 된다는 것, 누군가의 형제자매가 된다는 것은 나와 함께 하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처럼 가족은 혼자가 아닌 ‘서로’가 되는 것이다.     



*모자동실 :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와 산모가 분리되어 있지만 모자동실을 신청하면 신청 기간만큼 엄마와 한 방에 지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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