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청풍 마담
강화에는 머무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어떤 이는 오래 해 오던 일을 이어갑니다.
강화유니버스와 함께한 이웃을 소개하는 인터뷰 프로젝트, <잠시 더 강화>.
강화에 잠시 더 머물며 갖게 된 100개의 업,
그들이 만들어가는 강화의 100가지 모습을 담습니다.
다섯 번째로 초대한 이웃은 ‘커뮤니티 디벨로퍼’ 협동조합 청풍의 마담입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너무 가까워져서 멀어지고 말았다.
얼굴을 대면하기보다
SNS에 빼곡히 널린 정보와 편집된 이미지만으로도
관계를 만드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정말 불편한 게 없을까?
이것으로 만족해도 괜찮을까?
작은 단위의 오프라인 감각들을 쌓아가며
조금 더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에 대해 고민하는
강화의 커뮤니티 디벨로퍼 마담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마담은 마담의 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커뮤니티 디벨로퍼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지역 문화 기획자로 정의하며 살고 있었는데, 실은 커뮤니티와 결합된 일들을 주로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일을 할 땐 어떻게 듣느냐, 그 커뮤니티를 어떻게 관찰하고 살펴보느냐가 더 중요했던 것 같아서 기획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둔 ‘커뮤니티 디벨로퍼’가 조금 더 제게 맞는 이름 같습니다.
강화의 커뮤니티 디벨로퍼로서 강화에서 어떤 것들을 관찰하고 살펴보셨는지도 궁금해요.
지역에서 어떻게 다음 세대인 청소년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들을 하며 일을 계속해 오고 있어요. 그 방식들은 좀 다양했던 것 같습니다. 축제를 만들기도 하고, 피자집을 열기도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잠시섬을 만들고… 이런 다양한 시도와 실패, 실험들을 지나왔어요.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이렇게 앞에 무히도 있고,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진 것 같아요. 그걸 보면 그래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잘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아진 동료들과 함께 더 만들어 나가고 싶은 마담의 다음 장면들이 있을까요?
인위적으로 어떤 것들을 만드는 것보다는, 저의 일은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들이 튀어나올지,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나 연결은 내가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연하게 나오는, 우연성에 더 재밌는 장면들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그곳에서 다양성들이 열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요.
말씀해 주신 우연성이 업을 이어나가는 데에 두려움이나 어려움으로 다가온 적은 없으셨나요?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아지면 오히려 그 우연성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면이 있어요. 요새 항상 하는 이야기가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어떤 오프라인 감각을 가지는 것이냐’ 예요. 오프라인 감각, 그러니까 내 옆의 이웃, 동료들과 신뢰와 안전을 느끼는 감각에서 나오는 우연성을 살펴보는 건 제게 즐거운 일이에요.
강화라는 장소는 사람 간의 관계성에 기반되어 계속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상호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든 안전망 속에서 사람들이 오고 가고 주변에 가게들도 많이 생기는 등의 재미난 일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신뢰를 쌓는 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무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뢰라는 것 역시 서로 무리해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서로 여력이 되는 만큼, 내가 어떻게 상대방에게 베풀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쌓이는 것 같아요.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런 작은 마음들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동화되고 함께하게 되며 신뢰들이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마담이 커뮤니티 디벨로퍼로서 했던 일 중 가장 재밌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은퇴를 앞둔 소창 공장을 운영하는 노부부를 담는 작업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서은미 작가님과 약 1년간 함께 기록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으로 만들고 소창 체험관에서 출판 기념회를 했었어요. 그때 사람들이 바글바글 온 것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가 매번 작업복만 입으시다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한복을 차려입고서 오신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직접 손으로 쓰신 인사말을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꺼내어 이야기를 해 주시고, 손녀딸이 할아버지께 꽃다발을 건네주는데 그 기억이 오래 남아요.
그런 작은 단위에 집중된 연결, 그 안의 의미를 우리가 다시 한번 살펴보고 연결시키는 일들이 제가 강화에서 했던 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었습니다.
마담에게 커뮤니티는 왜 중요한가요?
예전에는 기여하고 서로 나누는 감각이 굉장히 풍성했는데 요새는 너무 단절돼 있어요. 어렸을 때는 아파트에 살더라도 옆집과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반찬통 돌려줄 때도 그냥 빈 통 안 주잖아요 (웃음).
옛날 공동체의 느낌만을 이야기한다기보다, 결국 사람은 누군가에게 베풀고 기여하는 데에서 느끼는 행복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베풀며 어떤 커뮤니티, 사회의 일원이라고 느끼는 지점이 분명히 있거든요. 서로 나누는 마음은 행운의 편지처럼 강하게 돌고 돌아 내 삶이 좀 더 다양한 의미로 윤택해지고 풍성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 시대에서는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누가, 또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오고 어떤 사람들과 관계가 맺어지는지에 대한 것들이 장소를 의미화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이들이 내 주변에 많아지면, 결국 그들이 있는 장소에 가는 것이 기분 좋아지고 “나 거기 가고 싶어”라고 생각되고 연결되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
과정이 지난할지라도,
마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왠지 가능할 것 같았다.
우리가 사는 데에 정말 필요한 감각을
손과 마음에 꼭 쥐고서,
옆 사람의 손을 꽉 잡고서.
과거가 아닌 현재에!
작게 자주 웃으며 함께 사는 일 말이다.
—
Editor 무히
Interviewee 협동조합 청풍 마담 @yoo_madam @coop_cp @ganghwauniverse
Photographer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