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빠 일기 - 13편(26년 1월)

제목이 '강남' 아빠 일기가 된 이유

by 강남 아빠 일기

아들, 2026년 새해가 밝았어.


너는 무럭무럭 자라나서 이제는 갓난아기 티를 완전히 벗었네. 먹던 음식도 분유에서 이유식으로 바뀌었고, 키와 몸무게도 빠르게 늘어났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널 보면서 아빠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빠가 1편 편지를 마무리하면서 언젠가 제목이 왜 ‘강남 아빠 일기’인지 다루겠다고 했었는데, 이 편지를 쓴 지 딱 1년이 된 26년 1월에 이 주제를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강남 아빠 일기.’

솔직히 말하면, 아빠도 처음엔 이 제목이 좀 부담스러웠어. 너도 알다시피 한국에서 ‘강남’이라는 단어는 긍정과 부정 모든 관점에서 이해가 가능한 단어잖아.


괜히 잘난 척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속물처럼 보일 수도 있고 말이야.

주변에서도 그러더라. “좋은 내용인데 굳이 제목에 ‘강남’을 넣어서 편견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차라리 ‘아들에게 쓰는 편지’나 ‘성장 일기’ 같은 무난한 제목이 낫지 않겠냐는 말도 있었지.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아빠 생각은 좀 달랐어. 그래서 굳이 이 시끄러운 단어를 제목 맨 앞에 박아두기로 했지.


아빠가 강남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 건 사실 네가 태어나고 나서부터였어. 그전에는 이곳이 그냥 아빠가 살아가는 배경처럼 느껴졌거든. 그런데 작년에 태어난 너를 품에 안고 보니 이 풍경이 이제는 아빠의 배경이 아니라 너의 출발점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는 이곳에 자발적으로 들어온 사람이고, 너는 여기서 시작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그제야 또렷해졌어.


그 순간부터였던 것 같아. 너에게 편지를 쓰자고 생각한 게 말야. 강남 태생인 아들과 강남 태생이 아닌 아빠를 이어주는 편지를.


그래서 제목이 강남 아빠 일기가 됐어.

그렇다고 해서 이 ‘강남’이라는 두 글자에 뭔가 거창한 의미를 담으려는 건 결코 아니야. 오히려 정반대에 가까워.


강남이라는 제목을 달고서 가장 ‘강남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

남들은 이곳을 대한민국 교육의 1번지네, 부의 상징이네 하며 특별하게 부르지만, 너에게 이곳은 그저 아빠 손 잡고 산책하는 집 앞 골목이고, 넘어지면 무릎이 까지는 평범한 놀이터일 뿐이니까.


아빠는 이 일기를 통해 증명하고 싶었나 봐. 사는 곳 이름 앞에 무엇이 붙든, 아빠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특별할 것도 유별날 것도 없는, 그저 세상 모든 아빠와 똑같은 마음이라는 걸 말이야.


그래서 ‘강남 아빠 일기’는 역설적이게도 ‘강남’이라는 지역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이야기었지. 아마 앞으로도 그럴거야.


아빠는 강남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소란스러운 환경은 그저 지나가는 풍경으로 두고, 그 안에서 너와 내가 나누는 시시콜콜하고 따뜻한 이야기 그리고 아빠가 전해주고 싶은 진심 어린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어.


배경이 어디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그 배경 속에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니까.

언젠가 네가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강남’이라는 단어보다 아빠가 언제, 어떤 마음으로, 너를 바라보고 있었는지가 더 선명하게 남아 있으면 좋겠어.


그 정도면 이 제목은 제 역할을 다 한 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낮잠 잘 시간이다. 이따 일어나서 또 즐거운 하루를 보내자!


제주도 포도호텔에서 물놀이를 다녀온 오후에,

2026년 1월의 15일

작가의 이전글강남 아빠 일기 - 12편(25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