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우르미

by 나무

밤에 휘파람을 불면 정말 뱀이 나올까

울지마울지마울지마

네가 울면 아픈 기억이 밤새 뱃구레를 움켜쥐잖아







애도가 왔다간 후 사라는 작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싱크대에 있는 그릇들을 다 꺼내서 닦기 시작했다. 수저와 행주도 물에 삶고 입지 않는 옷들도 버렸다.

옷장에 남겨진 애도의 옷들이 눈에 들어왔을 때 잠깐 망설였지만 성큼성큼 창고로 가서 접어서 보관해 둔 큰 박스를 가져와 그의 옷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집 청소만 하는 사라를 처치곤란과 메론빙수는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쿵”


베란다에서 들린 소리였다. 사라는 놀라서 뛰어나갔다.

메론빙수와 처치곤란이 놀란 얼굴로 금이 간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큰 돌을 세게 던졌고 유리가 워낙 두꺼워서 깨지지는 않았지만 창 중앙에 거미집 같은 금이 번져있었다.


“무슨 일이죠? 대체 누가, 왜?”


사라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말도 마요, 요즘 툭하면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요. 세상 험한 게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갈수록 더 심해요. 어제 새벽에는 경찰차가 아파트에 왔었어요. 뭔가 큰 싸움이 났던 것 같아요.”


처치곤란의 말에 사라는 베란다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돌을 던진 사람이야 벌써 도망갔을 거고……. 처음 겪는 일이라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아니면 관리실에 먼저 연락을 해야 하나 갈피를 잡지 못했다.

갑자기 열린 베란다 창밖으로 큰 소리가 들렸다.


“여기저기 똥 싸고 다니는 저 개새끼는 왜 나만 보면 짖는 거야?”


“개새끼라니? 어디서 함부로 욕지거리야?”


“개새끼를 개새끼라고 부르는데 뭐가 잘못이야?”


“야! 이 개만도 못한 인간아!”


싸움이 점점 격해지더니 몇몇 사람들이 합세해 점점 상황이 심각해졌다. 그 사이에서 개는 또 쉴 새 없이 짖어대고 있었다.

사라는 베란다 창을 서둘러 닫고 블라인드를 내렸다. 소음이 사라지면서 다시 평화를 찾은 것 같았다.


“아니 이런 아파트에 살면서 가족 있고 개새끼까지 키우면 세상 다 가진 것 같겠고만 왜 쌈질들을 하고 난리야.”


메론빙수는 눈을 흘기며 블라인드를 손으로 제치고 밖의 상황을 살폈다.


사라는 간밤에 뉴스를 보던 중 일어난 일을 떠올렸다.

현장에 나간 기자가 층간소음 갈등이 빚어낸 참혹한 살인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휘두른 칼에 일가족이 처참히 죽고 가해자도 자해를 해서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그런데 열심히 긴박한 얼굴로 중계를 하던 기자의 얼굴에 크고 까만 지렁이처럼 보이는 게 꿈틀꿈틀 기어오르고 있었다.

저게 뭐지? 하며 눈을 못 떼고 보는 순간 그 벌레가 기자의 콧구멍으로 들어갔고 기자는 마이크를 놓고 고꾸라졌다. 방송사고였다. 화면은 다시 방송국에 있는 앵커의 당황한 얼굴을 비쳤고 잠깐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폭행과 살인 등의 범죄율이 증가하고 자살도 크게 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다시 현장의 기자를 불렀다.

기자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마이크를 잡고 내용을 이어나갔다. 그때 사라는 보았다. 아니 그 뉴스를 보고 있던 모든 사람이 보았을 것이다. 눈 밑이 검게 변한 기자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순간 눈빛이 사납게 변하더니 그가 카메라를 한참 노려보았다.


“또 내일 인터넷이 발칵 뒤집어지겠군. 편안하게 앉아서 내가 전하는 세상 뉴스는 날름날름 다 받아 처먹으면서 조금만 맘에 안 들면 저놈 당장 짤라버려라, 뭐해라, 난리 치는 시청자 놈들과 더는 상종 못하겠어!”


기자는 들고 있던 마이크를 카메라를 향해 세게 던졌다. 깨진 카메라가 비친 세상은 길고 짧은 금들로 덮인 망가진 모습이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황당한 사건이었다. 어제의 그 일과 오늘 일을 떠올리며 사라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현관벨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소독이에요”


“아,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럼 개미약이라도 받아 가세요.”


사라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마스크를 낀 채 개미약을 전하던 여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반쯤 열린 문을 통해 집안을 살폈다.


“이 집은 이상한 벌레 안 나와요?”


“벌레요? 무슨…….”


“여기저기서 신고가 들어와서요. 검고 냄새 고약하고 징그럽기까지 해요. 게다가 사람을 물기도 해서 지금 아파트가 난리예요. 하수구 다 막아놓고 해충약이라도 직접 뿌려놓으세요.”


사라는 여자가 주고 간 개미약을 만지작거렸다.


검은 벌레…….


전화벨이 울렸고 편집장이었다.


“주말에 오잘란과 미팅 잡았어, 잘해봐.”


“오잘란요?”


“그래, 오잘란, 국민 배우 오잘란 말이야. 그 정도 입지면 자서전 낼만 하잖아. 사실 좀 늦은 감이 있지. 겨우 설득해서 오더 난 거니까 지금부터는 이 작가 손에 달렸어. 잘만 하면 우리 출판사 형편도 좀 피고……. 이번 미니시리즈도 완전 성공했잖아. 사생활은 또 얼마나 이슈가 많았냐?. 성격 까탈스러워서 아무도 가까이 못 가. 그러니까 잘 좀 해봐. 솔직히 나나 되니까 이런 기회 이 작가한테 주는 거야. 다른 작가들 알면 편애한다고 욕 무지할걸. 이번 기회에 그런 사람하고 친분 좀 쌓아놔. 넘쳐나지,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지 …….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잖아.”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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