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는 47년차, 김보연은 45년차, 박준금은 37년차 배우다. tvN <할리우드에서 아침을>은 세 배우의 ‘할리우드’ 도전기다. 출연한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을 마음껏 할 기회가 없었고, 항상 ‘엄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사회는 사람들을 너무 일찍 늙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대에 제 갈 길을 찾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30대에 뭔가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처럼, 40대엔 새로운 뭔가를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듯이 말한다. 50대에 들어서면 “내 나이에 뭘!” 이런 식이다.
나는 기대를 갖고 그녀들의 도전을 지켜봤다. 오디션땐 신인같이 긴장해도 태권도 검은띠라는 김보연. “영어는 잘 못해도 만약 한국인 배우가 필요하다면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을 어필한다. 그 자신감에서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영어는 잘 못해도... 라는 부분이 걸린다. 할리우드 진출 하려면 영어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나는 아이들이 학교가 멀리 있어 아침마다 운전을 해서 학교에 대려다주고 있다.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켜고, 신나는 노래나 상쾌한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시사경제뉴스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자꾸 채널을 돌리게 된다. 채널을 돌리며 듣게 된 EBS 영어프로그램. 아침마다 1시간씩 듣다보니 다시 영어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 아이들을 글로벌 시대에 살아가야 하니 영어는 필수라고 생각하고 나는 배우들처럼 ‘엄마’역할만 하고 있었다. 세 배우들이 할리우드를 도전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도전하고 싶은 게 생겼다. 사실 논문을 쓰면서도 해외 논문을 읽을 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잘 이해가 안 되어 많이 답답했다. 내가 영어를 좀 잘 했더라면 논문도 훨씬 잘 쓰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쌓여갔다.
최근에는 해외 논문을 투고해서 그런지 가끔 해외 저널지에서 우리 학회지에서 이런 주제 발표자를 모집한다는 이메일을 받곤 한다. 나도 해외 학술대회에서 영어로 발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전화영어를 신청했다. 전화영어는 전화로도 하지만 Skype나 온라인 화면을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 지금 이 나이에? 라는 생각이 들지만 2년 뒤에, 10년 뒤에 후회하지 않을 도전을 해보고 싶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엔 더 많은 캐릭터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엄마 역할, 커리어 우먼 역할. 자기개발을 끊임없이 하는 역할.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 등. 필요한 역할이 참 많은 것 같다.
멋지게 제2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황안나씨는 ‘예순 다섯 도보 여행가’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산티아고, 네팔, 홍콩, 몽골, 동티베트, 아이슬란드, 시칠리아 등 세계 각국을 돌며 계속 여행에 관해 글을 썼다. 일흔 다섯에 두 번째 책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를 출간하고 팔순을 넘긴 지금까지 인기 저자이자 강연자로 나이를 잊는 즐거운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헤프너 교수(P. Paul Hepper) 교수는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아가는 일이란 마치 내가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영적인 여행자와 같다. 평생 고민해야 할 주제다”라고 하였다. 오늘 하루, 여유를 가지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현재의 삶을 점검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