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성장

쓸수록 단단해지고 커지는 마음 근육에 대하여

by 강산

마음의 크기란 건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마음이 큰 사람’에 대한 막연한 인상은 누구에게나 있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나는 늘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덕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인심을 쓸 수 있었던 부모님의 여유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의 진짜 크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작고, 보잘것없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마음이 큰 사람인 것은 아니다. 여유가 곳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지만, 마음에도 따로 저장되는 공간이 있다.

한때는 “메뉴판을 볼 때 가격을 보지 않는 사람”을 부러워했지만, 사회에 나오며 깨달았다. 정말로 부유한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많은 사람라는 것을.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졌음에도 쉽게 닿을 수 없는 경지에 있는 사람이 바로,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다.

그 순간부터 내가 닮고자 한 인생의 궁극적인 이상향은 언제나, 그 누구보다 마음이 부유한 사람이었다.

‘마음 근육’이라는 말이 있다. 근육이 쓰일수록 단단해지고 강해지듯, 마음도 다루는 만큼 자라난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다만 말만큼 쉽지는 않다.

어린 시절에는 마음을 내어주는 게 자연스러웠다. 가진 게 마음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홀로 서게 된 지금, 가장 쉽게 내줄 수 있는 건 돈이다. 그다음으로 시간을 내어주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그보다도 가장 어렵다.

사회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주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상처들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굳게 닫아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굳어진 마음이 다시 커지고 단단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닳고, 무뎌지고, 작아져 간다.
어느 순간 작아져버린 마음은 쉽게 내줄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과거의 상처에 머물며 마음을 닫은 채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잃어버린 부를 되찾지 못한 채 그리워하는 사람 같다.
가벼운 연애와 일탈을 일삼으며 한편으로는 마음이 큰 사람을 동경하는 모습이 마치 카지노에 앉아 종일 동전을 넣고 있는 모습같아 슬프다.

돈과 시간이 중요해져 버린 우리에게 마음은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다.
기대하지 않으면 덜 아프니까. 타협하고, 포기하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그렇게 조금씩 작아져 간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하나씩 타협하고 버린 마음들에 결국 나도 그 정도의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점점 작아진 마음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막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주는 법을 잊게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는 가볍고 계산적으로 변하고, 진심을 주는 일은 위험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결국 우리는 마음의 크기를 키우기보다,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유지하려 애쓴다.

사랑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아마도 이 세 가지 가치 중 ‘마음’이 가장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 앞에서 다시 마음을 마주하면, 문득 어색하다.
예전보다 작아진 마음의 크기에 실망하기도 하고, 그 변화에 놀라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누구보다 큰 마음을 주고 싶지만, 이미 그 한계와 무게를 알아버린 우리는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진심을 다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나는, 가진 마음을 모두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이 그 누구보다 컸으면 좋겠다.


마음이 큰 사람들은 대체로 회복 탄력성이 좋다.
상처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다치더라도 다시 일어난다.
우리가 정말로 멋지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남들이 보면 큰 상처로 느껴질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오히려 여유롭게 웃어넘기는 사람들.
그들은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
겪게 되는 자극들 앞에서 마음을 닫기보다, 오롯이 받아들이며 더 큰 마음으로 성장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이 비록 지금은 부족하게 느껴질지라도, 그 마음이 자라 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함을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질투보다 이해가, 이기심보다 배려가 더 자연스러운 사람.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마음이 자라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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