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리듬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다

by 강산

기다림은 흔히 멈춰 있는 감정처럼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기다림에도 고유한 리듬이 있다.
보이지 않을 뿐, 그 감정은 내 안에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단순히 정지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
하루 중에도 몇 번씩이나 그 사람을 떠올리는 시간들,
추억이 더해지면서 점점 그 사람과 닮게 다채로워지는 일상의 풍경
기다림은 어쩌면 그 사람을 기다리는
나만의 템포일지도 모른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그 사람의 속도에 익숙해졌다.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어느새 내 리듬은 조용히 그 사람에게 맞춰져 있었다.
대화의 간격, 시선을 주는 타이밍,
심지어는 말투와 걸음걸이까지도.

기다림은 더 이상 답답한 일이 아니었다.
그건 네 리듬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일이었다.
같은 방향을 보고, 비슷한 속도로 걷기 위한 조용한 연습이었다.

너와 내가 비로소 '만났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그렇게 서로의 속도가 자연스럽게 포개졌을 때일지도 모른다.
어딘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같은 박자 위에 함께 서 있다는 걸 깨달으며
마치 탯줄로 함께 박동하는 태아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나란하게 걷기 시작했고
기다림은 멈춰있는 시간이 아닌 둘의 시간이 되었다.
이제 나는 그 시간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너에게 나를 조금 더 다정하게 만드는 듯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의 세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