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세포

인체가 사랑의 과정에서 발달하는 모습에 대하여

by 강산

인체의 모든 기관은 각자의 쓰임이 있다. 걷기 위한 다리, 숨쉬기 위한 폐, 우리는 늘 그렇게 몸의 정교한 움직임 속에 살아간다. 아주 작은 균형이 흐트러져도 우리는 즉각적인 불편을 감지한다. 그렇게 정교하게 설계된 신체 속 사랑은 어디서부터 작용하는 걸까. 누군가는 사랑이 뇌의 화학반응이라 말할지 모른다.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심리적 현상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작용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유기적이다. 사랑은 몸 전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가장 먼저는 심장이다. 사랑의 직접적인 메타포(Metaphor)로도 흔히 사용되는 심장은 사랑의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그 순간, 심장은 정말로 분주해진다. 마치 격한 운동을 앞둔 몸처럼, 더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보내기 위해 펌프질을 반복한다. 그것만으로 우리의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사랑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다. 낭만적인 일이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몸은 그 언제보다 더욱 활발한 준비와 활동을 시작한다. 사랑이 내포한 가능성과 사랑으로부터 이어지는 불가사의한 일들은 아마 이러한 에너지로부터 이루어질 것이다.


운동선수들은 수행하는 종목에 맞추어 신체가 발달한다. 사랑을 하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랑은 실제로 사람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연인을 떠올릴 때마다, 눈빛은 부드러워지고 손끝에는 온기가 감돈다. 기능하는 모든 조직에서 사랑을 더욱 잘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이루어간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생기가 돌고 삶의 의지가 더욱 불타는 이유는 아마 단순히 심리적인 이유 이상으로 마치 자라나는 청소년 아이와 같은 무한한 성장의 과정 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변화 중 가장 먼저 체감한 건 '눈'이었다. 사랑을 시작한 이후, 나는 눈으로 더 많은 것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함께 걷는 길에서 혹시나 발을 헛디디지 않을까 시선은 항상 조금 앞서가고, 혼자 있는 순간조차 눈은 마음의 상상력을 빌려 그녀의 환영을 그려낸다. 웃을 때 살짝 휘는 입꼬리, 당찬 듯 가벼운 걸음걸이, 문득 고개를 돌릴 때의 표정과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홍조의 패턴까지. 가능한 기억 속 더욱 생생한 모습으로 저장될 수 있도록, 그리고 눈앞으로 마주한 행복의 순간들을 더욱 선명히 마주할 수 있도록 애쓴다.


손도 마찬가지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을 쥐고, 요리를 하고, 소중히 연인을 쓰다듬으며. 손은 때론 말보다 먼저 사랑을 전한다. 다리와 발도, 그녀를 만나기 위해 향하는 길 위에서 쉼 없이 움직인다. 팔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가볍게 토닥이기도 하고, 이따금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아쉬움에 흔들리는 순간까지, 평소보다 더 자주, 더 오래 움직인다.

사랑은 생각보다 많은 근육과 신경, 감각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마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랑은 그보다 전신의 일에 가깝다. 사랑은 가슴으로도, 머리로 하는 것도 아닌 마음에서 시작되어 몸으로 번져나간다.


그렇게 사랑은, 세포 하나하나에 기억된다. 연인을 향해 반응하던 심장의 박동, 시선을 따라가던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 함께 걸었던 거리의 발걸음의 리듬까지도. 모든 감정이 다 그렇듯, 사랑도 결국 몸에 새겨진다. 어쩌면 연애 세포란, 사랑이 나를 닮아가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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