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불을 다루는 방법
사랑에 적정 온도가 있을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온도'라는 감각은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론 기대보다 미적지근한 감정에 사랑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되고, 반대로 예상치 못하게 빠르게 타오르는 마음에 스스로 겁을 먹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마치 불을 다루는 일과 닮아 있다. 불을 피워본 사람이라면 안다. 잘 피워질 듯 말 듯 애태우다 끝내 타오르지 못하기도 하고, 급히 끄려던 불이 오히려 더 크게 번지기도 한다. 사랑 역시 쉽지 않은 감정의 불씨다.
사랑을 불에 비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불처럼 사랑도 뜨겁고 빠르게 번지는 속성을 지닌다. 우리는 사랑의 시작을 '불이 붙는다'라고 말한다. 차가웠던 마음이 어느 순간 지펴지며 마음을 가득 채운다. 이 불씨는 때로는 너무 빠르게 번져 우리의 마음이 따라가지 못한 채 까맣게 그을린 흔적만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랑의 속도와 온도를 가늠하며 조심스러워진다. 내 안에서 느껴지는 이 뜨거움이 혹여 상대에게는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하는 고민, 그리고 너무 빠르게 타오르는 마음이 언젠가 사그라들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스친다.
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따뜻함이다. 불이 주는 온기처럼, 사랑 역시 사람의 마음을 데우고 삶을 환하게 밝히는 힘이 있다. 연인과의 포옹이 그렇다. 다가오는 봄처럼 차갑게 굳었던 감정이 천천히 녹고, 깊게 잠들었던 마음이 조용히 깨어난다. 마치 개화하는 꽃과 같이, 사랑은 따뜻함을 충분히 느끼며 피어난다. 우리는 사랑으로부터 커다란 만족감과 위로를 얻는다.
사랑의 온도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랑에 적정 온도가 있느냐보다, 불과 같은 사랑의 에너지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달려 있다. 사랑의 불은 각자의 환경과 마음에 따라 속도와 크기가 다르다. 이미 타버린 잿더미에서는, 그리고 한가득 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솜에는 불을 지피기 어려운 것과 같다. 그렇지만 어느새 생겨난 불씨는 금세 활활 타오르기도, 천천히 잔잔히 퍼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서로의 불씨가 크든 작든, 그 불 자체가 사랑임을 서로가 잊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상대의 불씨가 내 것보다 천천히 타오를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 기다림과 배려가 자연스럽게 필요해진다. 서로에게 맞는 장작을 천천히 더하며 불씨를 지켜내는 사랑은 때로 삶을 견디게 하는 커다란 힘이 된다. 인류의 성장도 불의 발견에서 비롯되었듯,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닌 힘 또한 그 잠재력이 무한하다. 작은 방 안을 데우는 아늑한 온기부터, 커다란 배를 움직이는 강한 에너지까지. 사랑의 불씨가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나에게 사랑은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불의 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넓고 깊은 가능성을 가진다. 타오르는 불을 두려워하기보단, 그 불이 주는 따뜻함과 밝음을 믿고 천천히 길들여 가는 것. 서로의 속도와 온도를 존중하며, 각자의 불씨를 소중히 지켜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사랑을 통해 배워야 할 가장 큰 지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