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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나길 Apr 09. 2020

너와 나의 작동 설명서

책 <프레임> 리뷰

 -<프레임>/최인철/21세기북스

 -출간연도: 2016 (개정판)



 너랑 나는 왜 다를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번 던지는 질문이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왜 저런 말을 하지? 이걸 왜 저렇게 이해할까?


 여기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 '프레임'.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다.


 프레임이라니… 그게 뭘까?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사진기? 액자? 틀? 떠오르는 이 몇 가지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건물 어느 곳에 창을 내더라도 그 창만큼의 세상을 보게 되듯, 우리도 프레임이라는 마음의 창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그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만을 본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본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같은 건물에 있고 건물을 둘러싼 풍경이 같아도, 내가 바다 쪽으로 난 창을 내다보면 바다가 보이고 산으로 난 창을 보면 산이 보이기 마련이다. 바다 쪽으로 난 창으로 밖을 내다보면서 여기는 산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프레임을 통해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세상은 애매함 그 자체다. 우리가 그나마 객관적이라 생각하는 감각적 경험, 즉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이런 감각을 통해 경험한 것들 또한 애매함을 갖고 있다.


 뭐라고? 내가 직접 보고, 맛보고, 만져봤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람? 이렇게 생생한데 그걸 애매하다고 하다니 믿을 수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감각들 또한 객관적이고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어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한다.


프레임은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결국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모든 정신 과정을 프레임이' 선택적'으로 제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처음부터 전혀 보지 못하는 대상과, 고려조차 하지 못하는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다.


 프레임은 애매한 세상에 질서를 부여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에 따라 우리의 관점도, 판단도 달라진다. 프레임은 이처럼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얘기를 듣다보니 불쾌하다. 그게 뭐라고 나한테 그렇게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걸 뚝 떼어버리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프레임은 그렇게 쉽게 갖다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프레임이라는 것은 마치 물과 같아서 우리는 물 속에서 숨 쉬는 물고기처럼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알아차리기도 어려운 거라면서 왜 우리가 프레임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프레임은 우리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프레임에 둘러싸여 있다.


 책에서 나왔던 예를 하나 들어보자. ‘돈에는 이름이 없다’는 말을 들어봤는가?


 우리는 돈에 수많은 이름을 붙인다. 생활비, 문화비, 보너스, 공돈, 푼돈, 쓰려다 만 돈 등….


 어떤 이름을 붙이든 돈은 그냥 돈이다. 그게 공돈이라고 해서 10만원의 가치가 5만원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돈에 이름을 붙여 구분해놓고, 그 돈들을 다르게 대한다.


 하루에 300원, 단 300원씩만 투자하면 이러저러한 혜택들이 보장됩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식의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그 300원들을 모조리 합쳐 총액을 들여다보면 사실 그 금액은 다른 상품의 가격과 다르지 않다. 이 광고를 들었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겨우 하루에 300원이라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그건 우리가 그 돈에 ‘푼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돈에는 이름이 없다. 하루에 300원씩이든, 총 합친 가격이든 그 금액은 다르지 않다. 이런 식으로, 삶 속에서 우리를 둘러싼 프레임들은 우리의 소비에, 더 나아가 그보다 많은 것들에 영향을 준다.


돈에는 이름이 없다. 돈에 이름이라는 프레임을 붙인 것은 바로 우리다.


 우리가 프레임에 대해 이해한다면 내가 왜 이런 생각과 판단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우리 빌딩 앞에는 바다가 있는데 왜 저 101호 사람은 바다가 아니라 산이 있다고 목청을 높이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프레임, 우리의 기본 작동 원리를 알면 '나' 또한 프레임이 되어 '너'에게 상황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의 세상은 한층 더 넓어진다.


 … '프레임'이야말로 우리 마음에 깔린 기본 원리인 동시에 행복과 불행, 합리와 비합리, 성공과 실패, 사람들 사이의 상생과 갈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은 일종의 '마음 설명서'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


프레임을 이해하고 최상의 프레임을 설계하는 것. 우리가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다.


 또, 우리는 단순히 '프레임'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리프레임(reframe) 작업이 바로 이와 같다. 프레임은 단순한 마음먹기가 아니다. 한 번의 결심으로 프레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리프레임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을 늘리듯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새로운 프레임을 습득해야 한다.


 우리가 프레임에 대해 알고 마음의 한계를 자각한다면,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그 한계 밖의 새로운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진출처:

https://pixabay.com/photos/abstract-architecture-background-2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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