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 먼 바다로 향하고 싶은 날
나는 물속에 몸을 담근다
머리카락이 수중에서 일렁이고
귀마개 너머로 물의 출렁거림
고요함이 나를 차분히 잠식시킨다
팔다리를 이리저리 나부끼며
나는 더 깊은 물속으로 잠영한다
파도의 움직임도 느낄 수 없는 지점
푸른 빛보다는 칠흑 빛의 고도
우주인도 물고기도 아니다
자궁으로의 회귀가 아닌
눈을 뜨고 싶다
숨을 쉬고 싶다
생의 욕구로 쉼 없이 꼬리를 흔들면
내 옆구리에는 아가미가 생겨난다
질식의 순간에야 비로소 자유로운 호흡
작은 욕조에서 몸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