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높은 잿빛 건물
이곳의 가장 큰 이슈는
조끼를 입은 노숙자가 파는
이혼 그도 아니면 유약한 아름다움
‘예쁘면 다’라는 전광판 속 그녀와
황금빛 머릿결을 지닌 빨간 원피스
굉음을 뱉으며 달리는 스포츠카
그 공기에 위축됐던 어린 나를 기억한다
높다란 소란스러움에 자꾸만 작아지던
그들을 기괴하게 만든 것은
뭉툭한 너의 코
사라지며 미소짓던 작은 눈
거니는 이로 하여금 지치게 하는
뒤엉킨 욕망이 도사린 이곳에서
내 눈을 마주치는 이 하나 없고
이 공기에 다시 휩쓸릴 때면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기억 속에서 너의 콧등을 만진다
그렇게 내 것이 아닌 욕망에서 벗어나
우리의 집으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