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나의 멘토에 대하여
삶의 여정을 안내해 주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괜찮다’고 등 두드려주며 위로해 주는 멘토가 있나요? 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살아내느라 바빴던 삶이었기에 특별히 멘토란 단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구와 닮은 삶을 살고 싶은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생각이 안 나요. 아니, 명망 높은 학자나 뛰어난 유명 인사들 속에서 찾으려고 하니 너무 동떨어져 있는 삶이란 생각에 제 안으로 모셔오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닮고 싶은 선망의 대상보다는, 욕심 가득한 눈으로 찾느라 헤매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요.
가만히 저로 돌아와 나로 살 수 있는 정체성과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영향을 준 분을 생각해 보면 누가 뭐래도 나눔과 헌신의 아이콘인 엄마와 리더의 자세를 가르쳐 주신 고3 담임선생님이 아닐까 해요. 그분들 덕분에 저도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또, 그런 리더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니까요. 리더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제일 먼저 선생님이 떠오르는 걸 보면 ‘멘토’라는 이름을 짓진 않았지만 저의 길을 안내해 주신 분인 건 확실하거든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운동장을 10바퀴 뛰는 벌을 주신 적이 있었는데요. 그 10바퀴를 선생님께서도 함께 뛰셨어요. 아니, 선생님께서는 처지는 학생들을 위해 뒤로 가셨다가, 앞쪽이 느려지면 앞으로 오는 일을 반복하셨지요. 저희들이 뛴 10바퀴보다 몇 바퀴를 더 뛰시는 선생님을 보며 저희 반 모두가 얼마나 감동을 했었는지 몰라요.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논하는 건 좀 그렇지만 선생님은 아무리 좋게 말하려고 해도 잘 생겼다는 말이 절대 안 나오는 분이었어요. 하지만, 그날 이후 선생님의 인기는 웬만한 연예인 저리 가라 일 정도로 대단했어요. 솔선수범은 기본이고, 혼이 나고 벌을 받아야 할 때는 당신도 함께 벌받고 혼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셨으니 그럴 수밖에요. 덕분에, 학년 전체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고, 모범적인 반이 되었죠. 인기투표에서 선생님이 1등을 한 건 너무도 당연하고요.
오늘도 멘토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봤는데요. 저의 삶의 중심은 역시나 엄마와 고3 때 담임선생님이란 생각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희생과 헌신 그리고 나눔을 무척이나 강조하셨던 엄마와 리더십이 무엇인지 행동으로 가르쳐 주신 두 분 덕분에 제 삶의 근간이 되는 뿌리를 만들고 튼튼한 나무로 자라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고민해 보고 제 안을 들여다보니 가까이에서 '나다움'을 키워주고 저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준 분들의 그림자가 바로 진정한 '멘토'란 생각이 드네요. 투박한 질그릇 같다는 이유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던 그분들이 영원한 멘토였음을 어리석게도 이제야 깨달았어요. 거창하진 않았지만 그분들이 살아오신 작은 발자취를 따라가며 저도 그런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제가 그 발자취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저를 아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는다면 지나친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