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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미라클 Sep 04. 2023

보물창고의 비밀

무한대로 늘어나는 상상의 공간

  아무리 오래 있어도 질리지 않고 머물고 싶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 있나요? 저에겐 1200×600의 작은 책상이 바로 그런 곳인데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한없이 늘어나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해요.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온전한 저와 만날 수 있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작지만 큰 공간이니까요. 제가 살아있고 소중한 존재로 느껴지는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낼 때 행복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데 어떻게 안 즐겁겠어요.



 

  매일 새벽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컴퓨터를 켜는 일로 오늘이란 문고리를 돌리는데요. 조용한 새벽 기운을 받으며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저를 깨우는 마법 주문으로 신나는 하루를 시작해요. 북클럽 멤버들과 함께 책을 낭독하고, 글을 쓰기 위해 애쓰는 시간도 이곳에서 가지고요.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지루한 줄 모르고 일어서야 하는 시간이 너무 안타까워 미적거리기도 하지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곳을 낙원이라고 한다면, 저에겐 바로 이 작은 책상이 낙원이 아닐까 해요.


  어렸을 때부터 책과 관련된 걸 참 좋아했어요. 글을 잘 쓰진 못했지만 무서워서 도망간 기억이 없는걸 보면 그럭저럭 친하게는 지냈나 봐요.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을 동경하며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졌던 적도 있고요. 문학소녀라며 옆구리에 책을 끼고 문예반도 들락거렸죠. 그 흔적 때문인지 저만의 서재를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데요. 언제부턴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책 읽는 호사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커피향 짙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걸 상상하면 온몸의 세포들이 다 살아나 춤을 추는 것처럼 신이 나요.

 

  그 카페를 몇 년 후 지을 집에 옮겨다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곳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는데 북카페를 근사하게 꾸미고 싶은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렬해지네요. 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어 아쉬운 대로 저를 위한 작은 공간을 안방에 마련했어요. 사실, 비어 있는 아들방에 엄청 큰 책상과 책장이 있어요. 하지만, 그건 제께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것 같아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저만의 세상이 된 작은 책상은요. 결혼 후 처음으로 저를 위해 장만한 책상이에요.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지난 1월에 당근 마켓에서 5만 원을 주고 의자와 함께 구입했어요. 새것을 사려고 알아보던 중에 아이들이 쓰던 책상을 나눔 한 게 인연이 됐지요. 지구를 위해 뭔가 한 것 같은 뿌듯함과 처음이란 설렘임이 함께 온 책상이라 그런지 바라만 봐도 행복해요. 커피 한잔 진하게 내려앉으면 일어날 수 없는 마법에라도 걸렸는지 엉덩이가 떨어질 줄 모르고 붙어있어요. 출근시간이 다가와도 5분만, 5분만 하다가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출근 한 날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작지만 소중한 나만의 공간에서 많은 꿈을 꾸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함께 즐겨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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