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온미라클 Jul 21. 2023

마지막 선물로 주고 간 엄마의 하얀 미소

하늘나라로 떠나는 엄마와의 작별인사

  2001년 1월 24일은 민족 대명절인 설날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날은 미치도록 슬프면서도 기쁘고, 두려움으로 온몸을 떨면서도 황홀하게 아름다운 보물을 얻은 날이다. 바로, 칠십이란 짧은 생을 뒤로하고 하늘나라로 떠나는 엄마와 작별인사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만삭인 나에게 엄마의 입관 예배 참여를 만류했다. 충격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게 이유다. 그때, 마지막 가는 엄마 얼굴을 안 본다는 게 말이 되냐며 남편이 내 어깨를 꼭 껴안았다. 병원이고 남편이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유약하고 무능한 남편을 만나 무릎으로 자식들을 키우며 고생만 하시다 병을 얻은 엄마다. 한여름 땡볕에 까맣게 탔다가도 겨울이 되면 다시 뽀얗게 피어나던 피부가 언제부턴가 빛을 잃고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나 사느라 바쁘다고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안타까워만 했으니 얼마나 한심한지 모르겠다. 모두가 몇 년은 더 사실 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빨리 떠나실 줄은 정말 몰랐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자식들이 행여나 부담될까 병상에서조차 걱정을 놓지 않던 울 엄마. 그래도 사랑하는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 얼굴 다 보고 당신이 일군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가셨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헌신의 세월을 알기에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기쁘면서도 두려웠다. 칠십 년의 고생과 아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 같아 두 눈을 감고 싶었다. 그 고통이 기억 까맣게 각인될 것 같아 온몸의 세포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나와 달리 엄마는 하얗게 웃고 있었다. 그 천사 같은 미소에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도 잊고 덩달아 웃었다. ‘울 엄마가 예뻐서 다행이다.’는 마음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쌌다. 서럽도록 슬픈 눈물이 흐르면서도 하얀 미소로 작별인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하고 감사했다.

 

   그날부터 ‘엄마‘하면 그 미소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금방이라도 환하게 웃으시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라고 부르면서 대문을 열고 오실 것만 같다. 모든 사람들의 위함을 거부한 남편의 용기가 없었다면 어떤 엄마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도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가끔씩 미워지려고 하는 남편을 미워할 수가 없다. 세상 어떤 값진 선물과도 바꿀 수 없는 '엄마의 하얀 미소‘를 선물해 준 남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몇 번이나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나 혼자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 삼켜버리곤 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어린 왕자가 사랑했던 장미처럼 나만의 보물로 간직하고 있으면 너무 이기적일까? 어쩜, 자존심이 강했던 꽃이 자신의 우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 빨리 가라고 했던 것처럼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내 생에 최고의 선물은 누가 뭐래도 '엄마의 하얀 미소'이고, 선물을 받게 해 준 남편이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

  

   

이전 09화 보물창고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