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노는 법
“똥바다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놀이터였다. ”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중)
시장 골목 아이들이 노는 방법은 이렇다.
시장골목 위로 올라가 작은 슈퍼와 다른 미용실 사이로 지나면 큰 공터가 나온다.
온동네 아이들이 가기에서 고무줄 놀이도 하고 줄넘기도 한다. 꼬마 아이들이랑 고무줄 놀이는 주로 ‘장난감 기차’ 를 한다.
“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과자와 사탕을 많이 싣고서
엄마방에 있는 우리 아기한테
갖다 주러 주러 갑니다.”
큰 여자아이들이랑 할 때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잘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
지희는 이 노래를 언제 알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동네 언니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어진 노래다.
6.25 전쟁이 한참 전인 것 같아도 지희또래 아이들의 부모는 전쟁통에 살아남은 사람들이며 지희 또래 아이들을 키운 할아버지 할머니 속 기억에는 전쟁은 몸서리 치게 무서운 것이다.
그들이 몸으로 기억하고 머리로 기억한 그 기억은
아이들, 손자 손녀를 키울 때도 각인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전쟁통에 배운 노래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88올림픽을 이야기하는 그 순간에도 어른들의 머릿속에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의 그림자가 깃들여있었다.
아무튼 이 고무줄 놀이를 미용실 앞에서 친구들이랑 하다가 지희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힌 적이 있다.
고무줄 놀이는 잡고 있는 사람들이 발목에서 시작해서 무릎, 허벅지, 허리, 어깨, 목, 머리로 서서히 올린다. 맨 마지막 머리로 올리고 지희가 일등을 하고 싶어서 첫 소절에서 점프에서 다리를 올리다가 중심을 잃은 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지희는 바닥으로 머리를 부딪히는 순간 앞이 깜깜해지고 너무 아파서 울음이 터졌다. 지희가 운다고 아이들이 지희 엄마를 불렀다. 머리를 보더니 피가 나니까 엄마가 놀랐다. 우선머리를 지혈했는데 다행히 피가 많이 나오질 않으니 지희 손을 잡고 약국에 갔다.
“약사님. 애가 머리를 바닥에 찧었는데 피는 많이 안 나요. 겉만 다쳤나봐요. 애가 놀랐으니 놀란 거 진정하게 청심환 하나 주세요. 아니 두 개 주세요.” 하고는 지희 하나 엄마하나 청심환을 마신다. 지희는 이걸 먹어서 그런건지 약사 아줌마가 놀랄 것 없다고 얘기해서인지 아니면 엄마가 자기 때문에 놀라고 걱정한 게 기분이 좋아서 인지, 머리 아픈 게 어느새 많이 줄어들었다.
시장골목아이들은 소꿉놀이도 한다. 어른들 다리 속을 들어가 이리 저리 피해 시야를 피한다. 땅에 떨어진 배춧잎, 무청줄기, 미역 줄기, 굴러떨어진 오래된 감자를 주어 주머니에 불룩하게 주워온다.
지희는 집 뒤로 돌아가 동생들과 소꿉놀이를 한다. 아파트 아이들은 모래가 소꿉놀이 음식이지만 시장 골목 아이들은 상상할 필요가 없다.
배추가 배춧국이 되고 무청이 시래기국이 되는 것은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지희와 친구들, 동생들에게는 진짜 배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