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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슬기 Aug 25. 2024

시장 골목 아이들 (1)

시장사람들이 억척스러운 이유


우리가 인류의 경험과 그 속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치를 지혜롭게 수용한다면 가족의 보호를 받는 행복한 아이를 낳고 평화롭게 살아가겠지.“


 (펄 벅, 미국의 여류 작가)



시장에는 파라솔들이 많다.  빛 바랜 누덕누덕 해진 파라솔들. 처음 시장에 들어와 각자 장사를 시작한 이래로 파라솔들이 빛이 바래 얼룩덜룩해 보일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시장사람들은 살아가고 일하고 물건을 손님들에게 팔았다.  


아마도 그렇게 억척스럽게 시장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뒷편, 그 골목에 기대어 사는 아이들. 부모들이 시장에서 일하고 싸우기도 하고 흥정을 하면서 목놓아 부르짖으며 살아가는 동안 아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커갔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동네 앞으로 나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놀자놀자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저녁밥을 먹으라고 할 때까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아니 어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그렇게 저희끼리 커간다. 부모들이 시장에서 돌아와 밖에서 노는 아이들을 불러 밥을 차려주고 까만 아이들의 눈을 들여다 보며 세상 살이가 힘들어도 내일 일 할 힘을 낸다.


“내 새끼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은 타들어가는 논에 물대는 것보다 더 신나는 일이야”


지희엄마가 지희가 밥을 먹을 때마다 하는 말이다. 아마도 할머니가 엄마가 밥 먹을 때마다 그런 말을 했나보다 하며 지희는 밥을 먹는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사는 건 시장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시장 윗 골목의 아줌마들도 집 안 살림에 한 푼이라도 더 보태려고 일을 한다. 아줌마들은 집 앞 평상 앞에 모여 목걸이를 턴다. 목걸이를 서로 연결해주는 것인지, 목걸이 끝에 다는 동그란 것을 다는 것인데 아무튼 한 묶음이 끝나면 어디서나왔는지 또 한묶음의 목걸이를 서로 펜치를 들고 털고 또 턴다. 동네 아줌마들은 서로 집 앞에 모여 수다를 떨며, 오가는 아이들을 참견하며 그렇게 일했다. 한 푼이라도 더 보태고 싶어 동네 할머니들도 나와서 일을 했다.


 시장의 가게들 앞에는 소쿠리 하나놓고 쭈구리고 앉아 장사를 하는 할머니들이 많다. 고구마순을 까서 파는 할머니, 조개를 한움큼 도매시장에서 사와 조개살만 파는 할머니, 흙이 묻은 파를 깔끔하게 다듬는 할머니. 할머니들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오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손을 움직이며 일하고 같이 음식을 나누어 먹고 그렇게 일한다.


 그렇게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일년이 가고 어른들이 그렇게 억척스럽게 일해서 논에 물대듯 아이들을 키우면 아이들은 논에서 쭉쭉 자라는 벼이삭들처럼 커가고 커가고 그렇게 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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