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밖의 풍경들, 신포시장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
(시릴 코널리, 20세기 작가, 평론가)
41번 버스를 타고 이모네 집에서 내리지 않으면 동인천역으로 갈 수 있다. 지희는 옷이 필요할 때면 가끔 엄마와 함께 신포동으로 간다.
인하대 후문, 용현시장을 지나면 전화국 그리고 숭의동이 나온다. 숭의동을 돌아서 숭의동 야구경기장을 끼고 돌면 신포동이 나온다. 신포동부터 동인천역까지는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 지희네처럼 쇼핑을 나온 사람들까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숭의동을 절반까지만 가는데도 대체로 버스가 꽉 찬다. 신포동이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신포동 근처에는 제물포고, 인일여고, 인천여고, 인천여중 등 여러 중고등학교가 있기 때문에 오후가 되면 동인천역과 신포시장은 교복의 물결이다.
지희는 교복을 입은 언니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며 미래의 자신을 대입해보기도 하고 엄마가 사 줄 옷이 무엇인지를 기대하면서 창밖을 보기도 한다.
엄마는 여기서 아이들과 외식을 하기도 하고 옷을 사기도 하는데 엄마가 아이들 옷을 한참 고르면 지희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이 곳 저 곳 관찰한다. 지희 눈에는 신포시장이 신기촌 시장보다도 크고 용현시장보다도 훨씬 커서 사람이 아주 많은 것 같다. 피자, 햄버거집, 레스토랑 등 지희네 동네에는 없는 새로운 음식을 파는 가게들도 많고 물건도, 사람도 많은 시장.
시장을 지나 동인천역으로 올라가면 인천백화점이 있고 대한서림이라는 큰 서점이 있다. 대한서림은 약속을 잡는 장소인지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서림으로 들어가려면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지희도 언젠가 몇 번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서점 안에도 사람이 많았다. 언니 오빠들이 보는 문제집이 많이 쌓여 있었다. 저 많은 책들과 문제집을 사간다는 게 지희로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인천백화점을 지나 위로 더 한참을 가다보면 자유공원이 나온다. 지희는 언젠가 어린이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갔던 기억들이 있다. 자유를 외치던 사람들이 숨어있었다던 그 공원. 지희도 모르던 그 시절의 인천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흔적들이 동인천의 여기 저기에 흩어져있다.
옷을 많이 산 날에는 꾀가 나서 엄마에게 택시를 타자고 하고 싶지만
엄마는 웬만하면 택시를 타지 않는다.
동인천 역에서 41번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가려고 하는 길.
돌아올 때 버스 안은 사람으로 꽉 차고
짐은 많고 힘들지만
어둑어둑해지는 밤과
건물들이 어른어른 거리고 예뻐서
예쁘다고 느껴지는 게
조금은 어른 같이 느낀 것 같아서
밤에 버스를 타는 것도 어느 날은 나쁘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