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합창대회가 한참 지나서 사진이 나왔다.
합창대회 사진을 사고 집에 받아왔다.
짧은 단발머리, 새하얀 블라우스, 남색 플레어 스커트, 잘 접어올린 양말 그리고 까만색 단화. 상기된 표정과 부끄러운 마음이 교차한 마음을 담은 눈.지희 눈에 보이는 사진에 담긴 지희의 모습은 그랬다.
엄마에게 사진을 보여준 그 날.
사진에 담긴 지희의 모습은 엄마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야 너 다리가 왜 이래. 왜 그렇게 두꺼워. 너 살 빼야겠다. 여자가 다리가 예뻐야지. 이게 뭐야.“
지희는 남색 플레어 치마 밑 자신의 다리를 보았다.
지희의 다리는 다리 자체로는 문제가 없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약간 더 두꺼워보이는 것이 문제.
발목이 양말로 덮이니 더 두꺼워 보였을 터.
“다리가 왜 저래.“
지희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짧은 반바지를 입고 싶어했을 때 엄마가 입지말라고 하면서 어느날 무심코 던진 말. 그때부터도 지희는 자신의 다리가 싫었다. 하지만 그게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합창대회 사진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볼텐데, 많은 아이들이 그 사진을 계속 볼텐데. ’
키가 작아 맨 앞 줄 허옇게 내놓은 지희의 다리를 보며 엄마처럼 사람들이 지희의 다리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고 힐난할 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끄러웠다.
지희는 자신의 다리 부분이 지워졌으면 했다.
그 날 이후 지희는 사람들의 다리만 쳐다보고 다녔다.
‘저 사람은 다리가 얇아서 좋겠다.
나만 왜 이리 두껍지’
‘사람들이 내 다리를 보면 어쩌지.’…
지희는 교복 치마를 입은 자신이 싫었다.
가방을 메고 시장 골목을 지나 이 다리를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고 다니는 것이 고역이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지희가 학생인 한 학교에 치마를 입고 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