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수업(3)
연극날 당일. 아이들은 모두 분주했다.
각자의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를 기원하며 .
아이들은 아침부터 국어 부장 소진이를 중심으로 준비해 온 것들을 중학고 1학년 답지 않게 정리했다. 쉬는 시간마다 소품체크, 음향체크, 대사 체크.
하나하나 꼼꼼하게 .
점심시간부터 서서히 긴장감이 올라갔다.
기분좋은 긴장감. 9월과 10월 두달의 연극 연습 과제를 마치게 된다.
연극이 기다려지는 또다른 기분 좋은 이유는
“사회 선생님과 영어 선생님이
과연 연극을 보러 오실 것인가“
였다.
사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선생님이다. 1, 3학년 사회를 맡고 있는
학교의 유일한 미혼인 남자선생님.
어두운 갈색 체크 남방, 두꺼운 검은색 안경,
호리호리하고 크지 않은 키,
짙은 사투리와 느린 말투임에도
재미있는 수업과 재치있는 말투
따스한 분위기
아이들을 인자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사회선생님이 근무하는 본교무실에는 늘 언니들이 선생님에게 선물을 드리느라 인산인해였다. 3학년 교실이 있는 본 교무실에 1학년 몇몇은 선배 언니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선물을 드리러 갔다.
올해 사회 선생님이 인기가 높아진 데는 영어선생님이 한 몫을 했다. 영어선생님은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예쁘고 스타일이 좋은 선생님. 영어선생님과 쉬는 시간에 몇 번 이야기 나누는 걸 목격한 몇몇 아이들이 핑크빛 소문을 내고 다녔다. 안 그래도 인기를 구가하는 선생님을 둘러싼 소문은 선생님의 인기를 더욱 치솟게 만들었다.
1학년 3반의 연극은 6교시에 하기로 예정이 되어몇 분의 선생님들이 다른 학년 수업을 바꾸고 오시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사회 선생님은 3학년 수업을 바꾸기가 어렵겠다 해서 아이들이 아쉬워했다.
국어부장 소진이와 몇 명의 아이들이 사회 선생님에게 무조건 6교시는 바꾸셔야 한다고 말을 전했지만 선생님이 오실지는 미지수.
영어선생님은 6교시에 오시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이들 사이에의 소문을 모를리가 없는 두 분이 과연 나타날 것인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담임선생님 수업시간인
5교시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드디어 쉬는 시간
아이들 모두, 관객으로 오실 선생님들을 기다렸다. 양 옆반 아이들도 의자를 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고 담임선생님들도 자리에 앉았다. 아이들이 마련해 놓은 자리에 음악 선생님, 미술 선생님 그리고 국어선생님이 들어오셨다.
6교시를 알리는 벨소리,
그리고,,
교실문으로 영어선생님과 사회 선생님이 들어왔다.
1학년 3반이 마치 공연장이라도 된 듯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와아,,꺄악"
함성소리는 1학년 3반을 지나 복도를 타고 온 학교를 뒤덮었다. 2학년 3학년 선배들도 창밖으로 1학년이 있는 서관쪽을 내다보았다.
박수를 치는 아이
소리를 지르는 아이
괜히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친구의 어깨를 때리면서 소리 지르는 아이
친구를 껴안으며 “어떻게 .."를 연발하는 아이
각양각색의 반응
함성소리는 두 분이 앉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늘 어두운 체크 무늬 양복과 어울리지 않는 넥타이를 메고 오시는 사회 선생님이 멋진 양복을 입고 나타난 것도 눈에 띄는 일.
핑크빛 소문이 돌든 말든 아무렇지 않은 듯 아이들을 보며 웃는 영어선생님을 보는 건 어느 연예인의 열애설보다도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흥분되는 일이었다.
사회 선생님을 좋아하는 몇몇 아이들은 티나게 영어선생님쪽을 보며 눈을 흘기기도 했지만 이런 재미있는 광경을 선사해준 걸 고마워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흥분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소녀들을 가라앉힌 국어선생님은 와주신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 후 말을 이어가셨다.
“다른 반에 비해 우여곡절로 대본이 늦어졌지만 열심히 후반 작업을 해준 덕분에 3반도 연극을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자, 지금부터 3반 친구들이 준비한 별주부전, 시작합니다.“
드디어 1학년 3반 아이들의 연극이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몇년 전, 학교 교육에 대한 답답함을 지울 수 없을 때 이 책을 읽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가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발언한 책.
이 책에서 마사 누스바움은 학교교육에서 예술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아마도 내가 국어선생님의 수업에서 연극수업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써내려가고 있는 지금도 나의 중학인생에서 이 연극수업이 가지는 의미가 컸기 때문인 듯 하다.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SBN=8958203900&start=pm_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