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2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이후, 나는 다시 신생아 엄마처럼 쪽잠을 잔다.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11시에서 1시는 졸기 쉬운 고비 시간대다. 우리집 아이도 이 시간에 자주 쓰러진다. 나의 공부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렸다가 새벽 4시쯤 식은 몸을 이끌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날이 매우 절망스러웠다. 저녁 공부를 못했다는 무거운 마음과 피로가 풀리지 않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등교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늦은 밤 아이 방을 자주 들여다본다. 졸면 깨워서 침대로 보내려고.
그런데 우리 아이는 졸기 시작하면 인격체가 바뀌고 힘이 장사가 된다. 공부를 더 하라는 것도 아닌데, 죽어도 몸을 움직이지 않겠다고 버티며 힘을 주는 것이 마치 하이드가 된 지킬박사이다. 남들은 그냥 두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생생한 내 고교 시절 그 절망을 답습시키고 싶지 않고, 새벽녘에 감기 몸살이라도 올까 안절부절, 엄마는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고3이 되니 제발 그러지 말자고 굳은 약속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어제 또 고개를 떨구는 아이와 한참 힘겨루기를 하고 나니, 모든 것이 탈탈 털린 상태가 되었다. 매일 밤을 이렇게 소모할 수는 없다. 이게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혼란이 나를 더 지치게 한다.
1시 이전에 이렇게 졸지 않으면 또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는 건 아닌가 싶어, 새벽 3시 이후에 나도 모르게 눈이 떠진다. 이렇게 밤잠을 설치며 다시 신생아 엄마처럼 쪽잠을 자는데, 매일 밤 하이드를 상대하기에는 이제 체력이 많이 떨어진 늙은 엄마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