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5
본전 생각이 떠나지 않는 엄마와 뭔가 서러운 딸.
사업을 한답시고 7년 전 직장을 그만뒀는데,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학원비 지출이 시작되면서 가계에 긴장이 더해진 몇 년이다. 대치동이 어디인지도 몰랐던 나는, 각 학교 과목별 선생님 성향까지 분석해서 내신을 공략하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니, 여전히 계속 새로운 것을 알아가며 놀라는 중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렇게까지 지출해야 하나, 사치는 아닐까, 때로는 죄책감이 몰려들기도 한다.
아이들 학원비는 정말 허리를 휘게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주는 것도 아니면서 안 다니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하는 학원 실장님들에게 처음 1년은 속았고, 2년 차엔 속아줬지만, 지금은 슬슬 역겹다.
라떼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시골,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나는 가정 형편을 헤아리는 딸이었기에 열심히 공부했고, 덕분에 대학까지 학비를 지출한 적이 없다. 학자금이나 장학금으로 다녔고, 대학에서는 기업 전액 장학금을 받았던 모범생이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는데, 정작 내게 남은 건 많지 않다. 그런 나에게 학원비란 허공에 뿌리는 돈처럼 느껴진다. 자식이라서 다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과 지난 내 고생에 대한 본전 생각이 줄곧 교차했다. 솔직히,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내 삶이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단지 경제적인 부담 때문만은 아니고, 지난 2년 정신없이 학원에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정작 자기 주도 학습 시간이 부족했다는 뒤늦은 진단이 더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겨울엔 현강은 포기하고 최소한의 인강과 꼭 필요한 과목 과외만으로 완성해 보자며 다짐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무슨무슨 유명 선생님 현강을 어렵게 예약했다는 얘기, 며칠까지 결제를 안 하면 패스 비용이 올라간다는 광고 문구가 아이의 마음을 조바심 나게 했나 보다. 일단 인강 패스를 결제해 달라는 아이의 요구에 나는 차분히 구체적인 계획서를 요구했다. 각 과목별 60일 달성 목표, 그 목표 달성에 필요한 강의 선택과 총 공부 시간, 매일 필요한 공부 시간 계획 등.
그 순간, 아이의 마음 한켠에 복잡한 감정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내신으로 이미 그룹이 나눠진 친구들 사이에서의 소외감, 자신도 나름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억울함, 그럼에도 여전히 단호한 엄마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섭섭함. 비교되고, 부럽고, 불안한 마음.
본전 생각이 떠나지 않는 엄마와 충분히 누리지 못함이 서러운 딸. 서로의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지금 내 심정이 더 급하기에 또 모른 척하며 지나가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