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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순승 Jul 30. 2024

물수제비 뜨는 한낮

절집도 졸음에 겨운 여름나절

하안거 중인 부처님도 눈꺼풀이 무겁다

풍경도 묵언수행 중이다     

그 틈에 산 그림자에 몸을 가리고

더위를 식히는 배롱나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나뭇잎 사이 사심 없는 빛살에 몸을 씻고 있다

햇살 스치는 곳마다 살결 더 윤이 난다     

지나던 바람 눈 감고 비켜간다

바스락거리던 다람쥐도 상수리나무 뒤에서 일부러 딴청이다

꾸 꾸욱 꾹ㅡ

참다 참다 가쁘게 내몰아 쉬는 산비둘기 숨비소리     

삐거덕, 어긋난 대웅전 문틈을 비집고 나오는 낡은 녹음기의 졸음 깬 독경소리에 

화들짝 놀란 배롱나무 

몸 가릴 겨를도 없이 먼저 붉어지는 얼굴 

금세 화르르 우듬지까지 타오른다     

훔쳐보다 꽁지까지 빨개진 고추잠자리     

개울에 물수제비 뜨는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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