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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순승 Sep 14. 2024

안팎

문은 나와 나를 나누는 선

안의 나와 밖의 나를 거울처럼 아는 녀석이죠     

열쇠는 둘만이 읽어 내는 엇나간 생각의 퍼즐을 조합하여 만들어요

특수문자는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해요

감추고 싶은 얼굴이 많아질 때는

트라우마 두어 조각 불러들여 거기에다

껄끄러운 기억 몇 개 섞으면 그만이죠


문을 나서기 전 민낯을 감추어야 해요

얽히고설킨 표정이 단순하고 낯설어질 때까지 

감쪽같이 정교해야 녀석의 문턱을 넘을 수 있으니까요


삭이지 않고 붓기를 살찌우는 울음보는 토너와 로션으로 다독 양 볼에 꽉 들어찬 골칫덩어리 욕심보는 리프팅크림으로 바짝 당겨 올리면 들통은 일도 없이 걱정 끝 문제는 꼬투리만 있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퉁대는 찜부럭 심술보인데 컨실러로 꾹꾹 눌러 감춘 것은 신의 한 수지요 마무리는 립스틱으로 명랑하거나 다소 과장되게 


그렇다고 습기 덮인 속까지 다 가려지는 것은 아니어서 기압골의 흐름에 따라 닫았던 문을 빼꼼 열고 밖을 살피기도 하지요 낌새를 알아채 주는 눈이 없어 외로움이 부풀어 떠다닐 때는 젖은 낱말 몇 개 슬그머니 양지에 내어놓지요


이때 노루발로 녀석을 허문 햇살의 따끔한 간섭은 

제법 쓸모 있는 형식이죠     

자, 나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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