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들 뭉툭하게 살고 싶었겠느냐고
썰물 따라 갈매기도 빠져나간 뻘밭
살붙이끼리 어깨 비비며 살라고
선친이 넌지시 씨앗 떨구어 놓은 자리
한 발을 빼면 다른 한 발을 잡고 늘어지는 세상
전 소금기에 뿌리 담그고 살다 보니
물 켠 손가락 마디 퉁퉁 불었다고
팔다리 매끈하게 뻗은 갈대로
낸들 멋 부리며 살고 싶지 않았겠느냐고
그래도 뜨거운 이력 차곡차곡 쌓다 보니
이 나이면 누구나 하나쯤은 지니고 있는
당뇨 고혈압 관절염 하다못해 배앓이 한번 없이
힘살 야드락지게 들어차지 않았느냐고
처음이 어렵지 안면을 트고 나면
아른거리는 뒷맛에 목젖 아래 은근 단물 고이는
버릴 곳 하나 없는 퉁퉁마디처럼
모양새 뭐 그리 중하냐고
사람이든 갯것이든 속이 찰져야 되는 거라 곱씹으며
이 빠진 소쿠리여도 건어물서껀
부둣가 어물전에 한자리 차지하고 소복하니 앉아 있는 알짜배기
뻘밭 굳은살 쪼개는 땡볕을 이고도
오뉴월 염천이 삶아 대도
시들거리지 않고 짠내 새파랗게 딛고 살다가
서천 꽃밭 발갛게 물들이셨던
소래포구 난전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