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선 함께, 몸집을 키워야만 해
가랑비메이커 매거진 [책장과 극장 사이]
#movie 14. <어느 가족> *브런치 무비 패스
/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거진의 모든 감상은 가랑비메이커의 개인적인 견해와 분석에 따른 것임으로 불법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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万引き家族, Shoplifters, 2018
줄거리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되는데…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하츠에, 중년의 부부 노부요와 오사무, 숙녀가 되어가는 아키, 소년 쇼타 그리고 어린 여자 아이 유리. 겉으로 보면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가족이지만 그들은 혼인과 혈연이 아닌 철저히 필요에 의해 결속된 가족이다.
사랑을 하는 것인지 정 때문인 것인지 모르게, 뜨뜻미지근한 모습을 보이는 노부요와 오사무에게는 말할 수 없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는 것만 같다.
유일하게 일정한 소득(연금)을 내는 하츠에는 다소 까칠한 것 같긴 해도 이 집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인물이다. 그런 하츠에를 유난히도 의지하는 아키는 알 수 없는 근심에 사로잡힌 얼굴을 하지만 쇼타와 유리를 살뜰히 챙긴다.
극의 중심적인 인물이 되는 쇼타는 언제인지도 모를 만큼 긴 시간을 이 집, 가족들과 지내며 익힌 도둑질을 하며 집에 필요한 존재로서 역할을 한다. 언제나처럼 해온 작은 도둑질이, 지켜주고 싶고만 싶은 동생 유리가 집에 들어와 지내기 시작하면서 무겁고 거북한 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작은 일이라도 함께 하면서 집에 보탬이 되는 거야. 유리 자신도 그게 더 마음 편하지 않겠어?"
어린 쇼타에게 대수롭지 않게 답하는 오사무. 그러나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는 말한다.
" 아무리 그래도, 네 동생에게는 시키지 마."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시키는 어른, 그들에게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 아이들.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은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가족>의 형태로서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유대일 거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혹은 그랬기 때문에 (그 어떤 기대나 사사로운 부정된 감정 없이) 더욱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 거다.
그런 유대와 감정은 유리와 노부요가 서로가 같은 흉터를 가지고 있음을 통해 나타난다. 부모의 학대로 인한 다리미 화상 흉터를 가진 유리, 생업을 위해 다니던 세탁공장에서 다리미 화상 흉터를 갖게 된 노부요. 이들이 좁은 화장실에서 함께 목욕을 하며 별다른 말 없이 서로의 흉터를 매만지는 장면은 과연,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위로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끔 한다.
삶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없이 넋이 나간 채 살아가는 아키에게 유일한 힘이 되어주는 하츠에. 하츠에는 친손녀도 아닌 아키의 한숨이나 눈빛만으로도 그녀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알아차릴 정도로, 그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힘이며 가족으로서의 분명한 몫이 되어준다. 이외에도 영화는 곳곳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록 그 시작, 결합은 비정상적이었을지라도.
서로 다른 곳부터 한 집에 모이게 된 그들은 위태로운 듯해도 나름의 순리에 따른 생활을 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의지할 곳 없는 그들의 필요와 연대는 쇼타가 읽는 책 속 이야기를 통해 표현된다.
"물속 물고기들이 함께 모여서 몸집을 키워서 바닷속 상어를 무찌른대요."
영화 속에서 이들이 좁은 집안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벗어나거나 함께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유일한 공간은 바다이다. 함께 싸온 도시락을 먹고 수영을 하며 몸을 부둥키며 자연스러운, 그야말로 가족으로서의 손색없는 모습을 보이는 곳이 바다인 것이다.
안전하지만 세상과는 분리된 집 밖을 나온 그들에게 바다는 단순한 휴가지 이상의 세상, 이라는 의미일 거다. 여전히 미지의 공간이며 쉽지 않으나 나아가야 할 곳이며 그곳에서 함께 몸집을 키워 어려움을 극복해낼 존재들이 필요한 곳인 거다.
유리와 쇼타, 아키와 오사무 그리고 노부요가 함께 손을 맞잡고 파도를 향해 달려가 점프하는 모습(이 모습을 가만히 멀리서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하츠에의 모습까지)은 영화 속 바다의 상징성, 인물들 간의 관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바다에 대한 쇼타의 동경 혹은 호기심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고 따듯하거나 애틋하지는 않았어도, 잔잔하지만 결코 끊기지 않을 것만 같은 유대로 이어져 있던 이들은 예상하지 못한 일로서 조금은 허무하게 흩어지게 된다. 위태롭지만 나름의 순리대로 흘러가던 가족이라는 이름이 온전히 깨지게 되는 순간은 그들 모두에게 작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로 다가올 것이다. 한집에서 서로가 정해진 역할을 해내며 불안정하지만 평온히 지내오던 나날들에, 마치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빠르게 태세 변환을 하는 이들의 모습에게서 (나는) 적지 않은 실망감마저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이점이 어쩌면 일본의 명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당신을 엄마라고 부른 적이 있나요?"
"낳기만 하면 다 엄마인가요?"
"그렇지만, 낳지 않고서는 엄마가 될 수 없죠."
그들이 와해된 후에 노부요에게 과연 당신은 아이들의 엄마로서 역할을 다 했느냐는 질문이 떨어졌을 때 노부요의 표정과 호흡은 극 중 가장 몰입도가 큰 장면이었다.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불리지 않았으나 곁에서 함께한 노부요는 지난날 <어느 가족>의 일원으로서 지냈던 자신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이에게 왜 도둑질을 가르쳤나요?"
"가르쳐 줄 게 그것밖에 없었어요."
오사무에게도 무거운 질문이 가해진다. 일반적 가족과는 달랐던 그들만의 생활, 그들만의 의사소통에는 가족이라 부르기엔 어려운 부분들이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다. 우발적으로 혹은 필요에 의해 결속된 가족들에게서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은 있을 수 없었다. 그저 생존의 법칙을 가르치며 함께 도우며 지내야만 했던 것이다. 이것이 이들, 어느 가족의 한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함부로 훔친 게 아니에요. 누군가 버린 걸 데려왔을 뿐이에요."
-
"왜 쇼타에게 자신의 본명(쇼타)을 붙여준 거죠?"
"......"
그러나 이들의 관계를 그저 계산적인 관계로만 바라본다면 이들에게는 무척 서운한 일이 될 거다. 그들을 조사하는 경찰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에 덤덤한 척 이야기를 하지만, 그 끝엔 억눌린 감정과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들이 있다. 초연한 듯 한 편으로는 넋이 나간 듯한 오사무와 노부요를 보며 어쩌면 그들 역시 일반적인 가족의 일원으로서 성장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들이 전할 수 있는 마음과 표현이 그 정도까지 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우리와 온전히 다른 분류의 사람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의 가족을 기준으로 삼아, 이들 <어느 가족>의 모습을 이해해야 할까.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믿어왔던 가족의 모습에게서 우리가 속해 있는 가족의 모습은 과연 얼마나 일치하고 있을까.
비록 그들은 핏줄로 이어진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어쩔 도리가 없는" 가족이 아니기에 물리적인 끈을 놓아버리는 동시에 영영 남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준 그들만의 연대와 감정들 역시 가족의 한 형태로서 <어느 가족>의 모습이라고 바라봐줘야 하지 않을까. 과연 우리 중 그 누구에게 그들을 가족이 아니라 이야기할 권리가 있을까?
│ 영화에 대한 한 줄 요약
따듯하지만 마냥 따듯하지도, 아름답지만 마냥 아름답지도 않은 정도의 영화
가랑비메이커 / 3집 작가 / 문장과 장면 수집가
독립출판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을 썼다. 영화와 에세이를 다음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다.
*2017/07/28 장면집 특별 개정판 기념 소규모 모임 신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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