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당> 탐욕적 인간은 사라져도 땅은 영원하다

by 가랑비메이커

가랑비메이커 매거진 [책장과 극장 사이]

#movie 15. <명당> *브런치 무비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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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2018)

明堂, FENGSHUI, 2018



줄거리 명당이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땅의 기운이다!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지관 박재상(조승우)은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 씨 가문의 계획을 막다 가족을 잃게 된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 앞에 세상을 뒤집고 싶은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이 나타나 함께 장동 김 씨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한다. 뜻을 함께하여 김좌근 부자에게 접근한 박재상과 흥선은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서로 다른 뜻을 품게 되는데… / 네이버 제공





절벽 끝에선 운명,

명당을 쫓아라


김좌근


영화 <명당>은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세도정치의 계략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한 효명세자 대신 어린 헌종(이원근)이 왕위에 오르나 당시 권력을 쥐고 흔들던 장동 김 씨 김좌근의 영향력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 모든 권력과 운명이 땅의 기운, 명당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반으로 두고 흘러간다. 왕위를 올라야 하는 효명세자의 죽음, 나라는 절벽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 듯하다. 권력 다툼으로 밀려난 절벽 끝에서는 내가 아니면 당신이 떨어져야만 한다. 누군가의 위기가 곧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왕위 교체의 시기에 명당이 바로 운명이라는 카드가 되어버린 것이다.




헌종


어린 헌종이 왕위에 오를 때 명당을 가지고 나라의 운명을 쥐고 흔들던 것이 세도가 김좌근(백윤식)이다. 그러나 운명은 계속해서 변화되어 흘러가는 법. 영화는 계속해서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심리전과 액션 싸움을 이끌어내며 짜릿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혼란기를 살아가는

서로 다른 자세


박지관 (조승우) / 흥선 (지성)


영화 <명당>에는 왕권이 저하되고 세도가 세력이 절정에 다다르며 엉망이 되어가는 나라를 서로 다른 태도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명당을 쥐고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김좌근과 그를 보좌하는 숱한 세력들. 헌종을 도와서 왕권의 회복을 꾀하는 흥선. 나라와 왕을 위해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



박지관(조승우)은 효명세자의 묏자리에 대한 충언을 했다가 김좌근 세력에 의해 가족과 집을 모두 잃지만 더욱이 나라를 위한 충심으로 명당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후에 흥선과 함께 뜻을 합하여 떨어진 왕권을 되찾기 위해 김좌근으로부터 명당을 빼앗기 위한 작전을 진행하며 갖은 위험에 처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지관이나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지관 정만인은 어지러운 나라 가운데 더욱이 탐욕적인 모습을 보이며 나라를 절망 끝으로 인도한다. 그 어떤 권력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래서 내가 얻게 되는 건 무엇이 있습니까."라고 물을 뿐이다.


또한 박지관을 보필하는 구용식(유재명) 역시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나라만을 걱정하는 박지관과는 달리 "내가 먼저 살아야 나라도 있는 것이 아니겠나." 라며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소시민적인,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태도로 살아간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한데 얽히나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영화는 조금 더 다채로워진다.





인간은 죽어도

땅은 영원히 남겨지리


흥선 (지성)과 김병기 (김성균)


영화 속 명대사를 꼽으라면 단연 "인간은 죽어도 땅은 영원하리." 영화를 정통으로 관통하는 문장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에는 풍수지리설이 다소 낯설기에 선조의 묏자리를 옮겨야만 후세가 안녕하리라는 믿음으로 이어지는 맹목적인 사투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역사는, 영화 속 서사는 명당과 흉지라는 '땅'의 기운으로 모든 운명이 좌지우지되어 흘러간다. 선의를 위해 명당을 찾는 박지관 같은 청렴한 지관이 있으나 그에 반대서는 개인의 권력에 눈이 먼 자들이 있다. 그들의 갈등, 맞섬은 영화의 끝에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2대 왕위가 날 것이라는 명당(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을 받아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남연군의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역사 기록을 기반)을 기어코 발설해버리는 탐욕의 정지관과 그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흥선과 김 씨 가문. 그 사이에 홀로 절규하는 박지관.


그에게 정지관이 뱉어버린, 인간은 죽어도 땅은 영원하다는 말. 그렇기에 땅을 차지하고자 하는 싸움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대사가 바로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김좌근의 죽음 뒤에도 계속된 사투가 그랬고 변해버린 흥선의 눈빛만 보아도 그렇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시대와 긴 세월을 사이에 둔 지금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땅을 차지하기 위한 갖은 투기와 술수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땅이라는 것이 단순 자연의 일부가 아닌 개인의 소유로, 다시 그것이 권력의 또 다른 것으로 인지되고 있으니 말이다. 역사는 현재를 통해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가랑비가 말하는 영화 <명당> 관람 포인트



1. 두 주연의 빛나는 연기. 조승우와 지성의 눈빛과 호흡만으로도 충분한 영화.

2. 역사에 기반을 둔 탄탄한 스토리

3. 음악과 영상미, 장면 전환 / 영화의 극적 장치로 인한 즐거움. (주관적) 사극 영화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타 서사극보다도 효과적인 음악과 영상미이다. <명당> 역시 이 조건을 충족시켜 준 영화였다.


모든 리뷰는 영화 관람 후 충분한 분석이 이뤄진 뒤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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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메이커 / 3집 작가 / 문장과 장면 수집가

독립출판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을 썼다. 영화와 에세이를 다음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garangbimaker / @sentenceands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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