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고 근소하지만 분명한 차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

by 가랑비메이커



일주일에 적어도 네 번 이상은 카페에 들어서지만 사실 나는 내가 홀짝이고 있는 커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어떤 원두를 쓰고 어떤 과정을 지나는지에 따라 어느 것은 산미가 강하고 어느 것은 고소한 향이 난다고 한다. 또 눈으로 보기에는 다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원두는 적은 양에 매우 비싼 값이 나가기도 한다. 내게는 모두가 비슷하게만 보이는 사소하고 근소한 차이이지만 그 모든 것을 민감이 알아차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건 산미가 좀 있어서 너에겐 안 맞을지도 몰라.” “이렇게 크레마가 진득한 건 원두가 좋은 거야.” 마치 그들의 눈과 코에는 내겐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그러나 누구에게나 커피에 대한 민감함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관계에 있어서는 사소하고 근소한 것들의 차이를 아는 것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나는 그게 그런 뜻인지 몰랐어요.” 함께한 이의 손에 이끌려 들어선 낯선 카페 안, 서로 다른 원두와 추출법으로 내려졌다는 커피 두 잔을 앞에 두고서 뱉은 말이었다. 며칠 전, 나눈 대화의 사소한 오해와 혼자만의 판단이 불러온 감정의 표현이었다. 다소 감정적이 된 나에게, 그는 잘못 전해졌던 자신의 의도를 바로잡아 이야기해주었다. 불투명했던 감정들과 생각들은 그가 조곤히 하는 이야기들로 통해 투명해지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나는 근소해서 사소해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눈물을 훔쳐내고서 다시 마신 두 커피의 맛은 여전히 오묘한 차이만이 느껴졌지만, 계속 마시다 보면 조금은 더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당신의 인디, 가랑비 @garangbimaker

/매일 한 문단을 남깁니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를 출간했습니다.


*딥토킹에세이 <쓰담> 3기 춘삼월반 모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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