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잠시 갠 하늘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는 없다고 느꼈는데, 요즘 하늘이 하늘이 아닌 먼지를 잔뜩 머금은 공기처럼만 느껴진다고 괜스레 기분마저 침울해지는 것 같았다. 텁텁한 냄새와 기운은 그러잖아도 예민한 호흡기와 피부를 따끔거리게 만들었고 외출이 많지 않은 내 직업마저 고마워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내게도 그 어느 날에는 외출이 반드시 필요한 법. 그제도 그랬고 오늘도 밖을 나섰다. 며칠 전부터는 밖을 나설 때면 이전에는 불필요했던 단계가 늘었다. 물티슈와 마스크를 챙기는 일, 머리카락이 온전히 말랐는지 확인하는 일 같은 사소한 것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 사소한 것들은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에는 그 작은 것 하나를 놓쳐버렸을 뿐인데 그 사실에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고 그 이동하는 내내 쓸데없는 예민함만 늘어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하늘이 하늘색을 띠는 날, 물티슈와 마스크를 한 번쯤은 잊어버렸어도 큰일이 날 것 같지 않은 날이었다. 저녁 즈음 하늘이 색을 갈아입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날, <잠깐만>이라며 그 순간을 담아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평안하기마저 하던 날이었다. 가만히 하늘을 보며 <오늘은 미세먼지가 적어서 하늘이 참 좋네>라고 말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놓쳤던 하늘의 모습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나마 먼지 막에 빼앗겨보니 알게 된, 도처의 평안하고 평화로웠던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던 귀갓길이었다.
당신의 인디, 가랑비 @garangbimaker
/매일 한 문단을 남깁니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