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읽어주세요.

작은 딸의 네 번째 책을 펼친 아버지로부터

by 가랑비메이커
칭다오에서 온 사진



어김없이 3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전도 수업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늦은 새벽, 아니 어쩌면 이른 아침까지 모니터와 씨름하며 조금은 불평도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시간과 싸우는 나를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유치한 투정도 생겨났다. 그렇게 맞은 아침, 칭다오에 계신 아버지로부터 사진과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아빠 이야기도 있네. 찡하네
벌써 네 번째 책을 내고 대견하고
자랑스럽네요. 작은 딸~~~
아빠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슈. 우리 가족 파이팅.



내 책에는 아버지 이야기가 꼭 들어가 있다.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삶 가운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생각과 문장들이 그의 뒷모습과 투박한 손을 자꾸만 닮아가는 탓이리라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를 닮았단 말이 듣고 싶지 않았다. 하얗고 예쁜 엄마가 아닌 검게 그을린 피부에 한 인상하는 우리 아버지를 닮았단 게 어쩐지 예쁘지 않단 것만 같아서.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나갈수록 그 말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비행기를 타고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우리가, 이제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얼굴을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어쩐지 서글퍼지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매일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을 전하고 하루의 안부를 묻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퍽퍽한 삶을 견딜 수 있다. 어른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사진 속 도서는

신간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







하루 한 문단을 남깁니다.

때때로 길어지는 문장도 있어요.

이따금 마음이 어려워 결석을 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안 그럴게요.)


당신의 인디, 가랑비 @garangbimaker
출판스튜디오 [문장과장면들] 대표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를 출간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garangbi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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