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것, 이름을 잃어가는 걸까
2015년 8월 7일
한가로운 오후. 내 방에 들어온 아빠는 이전에 활동했던 동호회 카페가 이전되었다며 가입 양식을 불러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두꺼운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양식을 채우는 아빠를 가만히 바라보다 닉네임에 눈이 갔다.
쌍빵.
빵상이 떠올라 웃음을 참으며 나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무심하게 돌아온 아빠의 대답에 나는 순간, 마음이 울컥해져 조용히 방을 나왔다.
“그거? 쌍둥이 아빵. 아빠, 쌍둥이 아빠잖아.”
자신의 개성이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닉네임에도 자신은 없고 자식이 있다. 궁금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누군가의 말처럼 부모가 된다는 건 자신의 이름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래 머물렀던 적이 있다.
주변 친구들보다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엄마와 아빠. 그 덕에 내게는 젊은 부모님이 있지만 당신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포기해야 하는 삶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의 배우나 유명인을 티브이 속에서 마주할 때면 내가 그들의 찬란했던 세월을 전부 가져가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글퍼지고는 했다.
하지만 오늘 “아빤 쌍둥이 아빠니까” 라며 보이던 밝은 미소와 어딘가 자부심마저 느껴지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니 내 생각이 절반은 틀렸을지 모른다.
쌍빵.
부모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이름을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이름에는 내가 감히 닿을 수 없는 희생이 있지 만 알 수 없는 행복 또한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이젠 나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부모! 글쎄 자격이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모든 것이 걱정이다.
막내로 자란 탓인지 아직도 어리기만 한 것 같다.
세상을 너무 편히만 살려고 한 것은 아닌지.
어쩌면 지금까지 대책 없이 닥치는 대로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살아선 안 되겠지.
우리의 애들이 있으니까?
모든 고생은 나에게서 끝나야 한다.
우리 애들에게 행복과 사랑이 넘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열심히 살아가야겠지.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겠지.
고씨 성을 갖고 태어나는 나의 아이들.
남부럽지 않게 이쁘게 키워야지.
멋진 아빠가 되리라.
자상한 아빠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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